"연주력 인정받았단 사실에 자부심"

임은진 2011. 3. 1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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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콰르텟, 한국계 연주자 3명이 주축인 실내악 그룹

제53회 그래미 시상식서 최우수 실내악 퍼포먼스상 수상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그래미 상을 받은 뒤 한 일주일 동안 이메일이 100통 넘게 들어왔어요. 모두 축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지금은 다시 잠잠해졌지만요.(웃음) 수상 이후 많은 분이 저희에게 관심과 신뢰를 보내주고 계세요. 음악계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저희 이름을 알게 됐고요. 저희 연주가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국계 연주자 3명을 주축으로 한 젊은 실내악 그룹이 지난달 '대형 사고'를 쳤다. 미국 LA에서 열린 제5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실내악 퍼포먼스 상을 받은 것. 한국계 클래식 연주자가 그래미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사고'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청(27)과 캐런 킴(28), 한국인 첼리스트 김기현(29), 그리고 미국인 비올리스트 제시카 보드너(28) 등 4명으로 구성된 파커 콰르텟(The Parker Quartet)이다. 이들은 리게티의 현악 4중주 앨범(낙소스)으로 그래미 상을 받았다.

지난 14일 전화 인터뷰를 나눈 김기현 씨는 그래미 상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상식이 열린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그의 목소리는 수상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들떠 있었다.

"저희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어요. 심지어 저는 시상식 당일 콜로라도에서 열린 다른 연주회에 참가했을 정도니까요. 나머지 세 명은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유명 스타와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였어요.(웃음) 그래서 파커 콰르텟이 호명되는 순간, 그 친구들 머릿속에는 '구두 굽이 높은데 어떻게 하면 무대 위까지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2002년 결성된 이들의 시작은 지극히 소박했다.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 동창인 이들은 학점을 받으려고 현악 4중주단을 만들었던 것. 그룹 이름은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자 상징 건물인 옴니 파커 하우스에서 따왔다.

"처음에는 큰 의미 없었어요. 실내악 수업에서 학점을 받으려고 결성한 것이거든요. 그러나 연주를 하다 보니 저희 모두가 실내악을 사랑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프랑스 보르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클리블랜드 콰르텟 상도 받았고요. 작년에는 카네기 홀에서 연주했습니다."

그는 단원 4명 중 3명이 한국계인 것은 우연이라고 설명했다. 연주를 잘하는 친구들을 위주로 앙상블을 짜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계 연주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20∼30년 전만 해도 미국 음악계는 이차크 펄만 등 유대계 연주자들이 이끌었어요. 하지만 우리 세대로 넘어오면서 달라졌어요. 한국인이나 한국계 연주자들이 여기저기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저희가 함께하는 것은 한국계여서가 아닙니다.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보니 한국계가 중심을 이루게 된 것이죠."

실내악은 연주자가 서로 대등한 관계를 맺는 장르인 만큼 이들도 곡 해석을 두고 의견 불일치를 겪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함께하면서 서로 장점을 배우고 하모니를 이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연주자는 자기 악기의 특성을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확실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대니얼과 캐런은 악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음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요. 저는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스타일이고요. 저희끼리 싸우다 토라지기라도 하면 집에서 맏이인 제시카가 어른스럽게 조정을 해줘요. 마치 비올라가 바이올린과 첼로의 틈새를 메우는 것처럼 말이죠. 저희 셋은 집에서 막내예요."

그는 실내악의 매력을 묻는 말에 무궁무진함이라고 답했다.

"콰르텟의 장점은 연주 레퍼토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에요. 첼로 레퍼토리보다 훨씬 많죠. 베토벤은 16곡의 현악 4중주곡을 썼고 하이든은 심지어 70곡이 넘는 곡을 남겼잖아요. 저희는 고전과 낭만 시대, 현대에서 한 곡씩 뽑아 연주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매년 그 프로그램이 다를 정도로 콰르텟은 레퍼토리가 풍부합니다. 올해는 하이든의 작품을 집중탐구 할 계획이에요. 다음 달까지 버지니아에서 그의 작품 6곡을 녹음할 예정입니다."

파커 콰르텟은 오는 6월 내한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주축이 된 앙상블 디토와의 듀오 공연과 리사이틀을 각각 열 예정이다.

"드뷔시와 브람스, 멘델스존 등 인기 있는 곡을 골랐습니다. 한국의 음악팬들도 저희와 함께 실내악을 즐겨주실 거죠?"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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