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 [선우정 기자 히가시마쓰시마 르포] 화장실 대란.. 악취·배설물에 인간다운 삶은 '사치'

히가시마쓰시마=선우정 기자 su@chosun.com 2011. 3. 1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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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엔 암모니아 냄새.. 공공화장실마다 '장사진' 백화점·편의점도 폐쇄해..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미야기(宮城)현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의 초등학교 대피소에 들어서자 암모니아 냄새가 풍겼다. 교정 한쪽에 구덩이를 파고 천막을 쳐서 만든 임시 화장실에서 나오는 냄새였다. 건물 내부에 있는 기존 화장실 변기는 소변용으로만 사용했다. 지진으로 수도관이 파열되고 쓰나미로 하수도가 막히면서 배설물을 흘려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피난민은 "먹는 양이 하루 주먹밥 한두 개 정도에 불과해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냄새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14일부터 미야기현에 반입되기 시작한 피난민 지원용 물자 가운데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임시 화장실이다. 파란색 간이화장실을 실은 트럭이 피해 지역에 하나둘 들어오고 있다. 미야기현에 가장 먼저 화장실을 지원한 곳은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로, 13일 오후 390개를 보냈다. 한신대지진 당시 배설물 문제로 큰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고베시(市) 담당 공무원인 미야케 사토시씨는 "큰 재해가 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먹는 것 다음 배설"이라며 "구덩이에 배설하는 방식은 복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해의 경우 피난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긴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신대지진 직후 흡수 시트와 응고제를 이용해 배설물을 고체화시켜 냄새를 없앤 뒤 쓰레기처럼 태워 처리하는 간이화장실을 개발해 재해 지역에 보내고 있다. 간이화장실과 함께 역시 소각 처리할 수 있는 배설 주머니도 재해 지역에 보내왔다. 배설주머니는 원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야쿠시마·시라카미 등 일본의 산지를 오르는 등산객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오히려 대지진 이후 배설 문제는 비교적 큰 피해를 보지 않은 도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단수와 정전이 이어지면서 편의점·백화점·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평소 행인들에게 개방하던 화장실을 일제히 폐쇄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화장실 인심'이 좋은 나라로 유명하지만 단수에는 속수무책이다.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의 경우 단수가 시작된 지진 발생 이틀 후부터 도심 공공화장실 변기에서 배설물이 넘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대변이 화장실 밖까지 흘러나온 곳도 있었다. 그래도 급한 행인들은 화장실 앞에 행렬을 이뤘다. 시민들 불만이 이어지자 시청은 시청사나 시민회관 등 공공시설의 일부 화장실을 물탱크를 동원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뒤 화장실이 있는 지역을 가두확성기와 방송을 통해 시민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시청 관계자는 "편의점 등이 화장실을 폐쇄한 뒤 용변을 우려해 외출을 꺼리는 여성 주민도 있다"며 "단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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