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편지조작? 경찰 근거가 이상하다

2011. 3. 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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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3동 발신지 추정 가능···기본 조사 소홀한 성급한 결론 의혹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고 장자연씨가 전아무개씨에게 보냈다는 편지의 봉투에서 조작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경찰의 발표는 공개된 편지봉투 가운데 극히 일부만 놓고 분석한 성급한 예단으로 사실과 다를 개연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 씨가 전 씨에게 보낸 40여통의 편지 봉투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 편지들은 서울시 강북구 수유3동 우체국에서 발송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10일 편지봉투에 찍힌 소인에 우체국 이름과 우체국 고유번호를 제거한 흔적이 있다며 3장의 편지봉투를 제시하지면서 편지봉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고 장자연씨 초상화. @연합뉴스

그러나 실제 40여 장의 편지봉투에는 곳곳에 고유번호 일부가 남아있었고, 남아있는 번호들도 일정한 패턴을 보였으며, 고유번호 7자리 가운데 최대 5자리까지 추정이 가능하다.

11일 미디어오늘이 장씨의 편지봉투 42장에 찍힌 소인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편지봉투엔 우체국 이름은 가려져 있었지만 '서울'이라는 지역명과 우체국 고유번호 7자리 가운데 2~4자리의 번호는 뚜렷하게 기재돼 있었다. 또한 이 번호들은 대부분 일정한 패턴을 보여 우체국 고유번호 7자리 가운데 5자리까지 추정이 가능한 상태다.

42장의 편지봉투엔 '36'과 '736' '0736'이라는 번호가 찍힌 것이 다수 나타난다. 또한 소인에 고유번호 세자리인 '207'이 찍힌 편지봉투도 있었다. 거의 모든 편지에 이 같은 번호가 나타나고, 소인에 있는 번호의 위치 등을 미뤄볼 때 동일한 우체국에서 발송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우체국에서 발송됐다고 추정할 경우 편지봉투에 남아있는 고유번호의 위치를 고려할 때 일곱자리 가운데 마지막 다섯자리 숫자가 '20736'임을 확인할 수 있다.

소인에 찍여 있는 우편 발송 지역인 '서울' 지역의 우체국 고유번호는 모두 '1'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결국 이 우체국 고유번호는 '1X20736'으로 추정된다.

전씨가 법원에 제출한 편지 관련 자료.

고 장자연씨가 정씨에게 보냈다는 편지봉투와 편지내용. 빨간 표시 부분을 보면 일정한 숫자를 볼 수 있다.

서울 지역 우체국 고유번호를 조회한 결과 끝자라가 '0736'으로 끝나는 우체국은 양천구 '신정3동 우체국'과 강북구 '수유3동 우체국', 그리고 서초구 '서초3동' 우체국 3곳 뿐이다. 이 가운데 마지막 다섯자리가 '20736'인 곳은 '수유3동 우체국' 뿐이다.

이는 일부 소인이 지워진 이들 편지들이 동일한 우체국을 통해 발송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도출한 결론으로 다른 여러 우체국을 통해 발송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편지봉투에 찍힌 소인에 찍힌 우체국 고유번호에 동일한 패턴의 숫자 조합이 반복되고 있고, 고유번호 숫자의 위치도 일정하다는 점에서 같은 우체국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 씨(또는 누군가)의 편지가 수유 3동 우체국을 통해 전 씨에게 전달됐음을 시시한다.

이에 따라 '편지봉투의 우체국 소인을 조작한 흔적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경찰이 압수한 편지와 편지봉투 원본을 통해 이 같은 최소한의 분석도 하지 않고서 무작정 '조작된 흔적이 있다'고만 발표한 것은 성급할 뿐 아니라 실체규명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채 무성의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반진석 분당경찰서 형사과장은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런 과정을 통해 우체국이 어디인지 추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런 추정이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씨가 장씨로부터 받았다는 편지 관련 자료엔 전씨가 왜 발신자 주소와 소인 일부를 지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설명이 나온다. 전 씨가 법원에 보낸 자료 가운데 '편지봉투 기재사항( < 을제6호증 2 > )'을 보면 '자연이 후배(여) 동생 거주의 오피텔 < 주소 및 우편번호 > 생략' '관할지역 명 -생략' 등 주소와 우편번호 등을 화이트로 지운 것으로 돼 있다.

전 씨가 법원에 제출한 봉투에는 또 보낸이의 주소도 지워져 있는 데 한 편지봉투에 "보낸이의 주소 내용을 생략. 연예인이 아닌 후배 여자동생 집주소"라는 전 씨 자필의 기록도 있다. 이는 장 씨가 자신의 후배 여자동생을 통해 전씨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전 씨도 이를 알고 이 후배 여자동생의 신원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 집주소와 소인의 우체국 고유번호를 지웠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장 씨가 편지를 받을 때도 직접 받지 않고, 이 후배 여자동생을 통해 받았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장씨가 전씨에 보낸 한 편지내용엔 "편지들은 동생이 아무런 사고없이 모두다…잘 보관을 해뒀다가. 내가 ‥ 잘 받아서 읽어보니깐 걱정을 붙을어 매셔라~잉"이라고 기재돼있다.

이는 장씨가 모두 후배 여자동생을 통해 전씨에게 편지를 보냈고 전씨의 편지를 받은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고 장자연씨가 정씨에게 보냈다는 편지봉투와 편지내용. 빨간 표시 부분을 보면 일정한 숫자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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