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에서 찾은 '브랜드 전략의 모범답안'

2011. 3. 11. 13: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송가에서 주목을 받 는 두 가지 현상이 있다. 첫째, 슈퍼스타K가 만들어낸 오디션 형태의 프로그램이 득세하는 것이고, 둘째, '세시봉'이라는 흘러간 옛 가수들을 재조명해 만들어낸 복고문화의 등장이다. 그중에서도 예순이 훌쩍 넘은 원로가수들의 '세시봉'이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는 정반합으로 이루어지기에 그동안 지나치게 아이돌 위주로 편성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으로만 보기에는 그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이들이 부각된 이유를 살펴보자.

◆ 지속 가능한 가치의 제공 = 왜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중년들은 그들에게 열광했을까. 방송에 오랜만에 나와 노래를 해서 반가워서 열광했을까. 왜 그들이 방송에서 사라지고 난 뒤에 태어난 젊은이들까지 그들에게 큰 관심을 보였을까. 결론적으로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브랜드 지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 자산이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이 만들어낸 세시봉은 세월이 오래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다른 것이 아닌 '좋은 음악' 그 자체였다. 한 명이 노래를 부르면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기타 반주를 함께 해주고 화음을 넣어주는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들은 40년 전에 음악으로 관객을 만났던 것처럼 2011년에도 음악으로 다시 만났다. 40여 년이 흘렀어도 그들이 본원적 가치를 놓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그들을 2011년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지나간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토크쇼를 했다면 이렇게 그들이 재조명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이 오래된 연예인이 아니라 여전히 '좋은 가수'였다는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좋은 음악이라는 것은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도 지속 가능한 가치다.

그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놓고 브랜드 미션(Mission)을 만들었다면 '좋은 음악으로 세상 모든 사람의 감정을 살려내겠다'였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브랜드에 한마디 하자면 '파워 브랜드가 되려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안하라'고 말하고 싶다. 완벽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이상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치가 조금씩 수정ㆍ보완될 수는 있어도 본원적 가치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 사회적 가치와 공유= 이미자, 조용필, 김건모, 신승훈 등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다. 하지만 그들은 '세시봉'처럼 이슈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세시봉에는 단지 노래를 잘한다는 것 이상의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슈를 만들어낸 것이다.

세시봉에는 60이 훌쩍 넘은 사람도 이처럼 음악에 열정적일 수 있다는 점(물론 이미자, 조용필의 열정이 이들에게 뒤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과 4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지키고 있는 우정이라는 세상살이의 가치가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그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 시점이며, 고도의 산업화ㆍ정보화가 만들어낸 인간성 상실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시봉은 그들의 이야기와 노래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과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는 작은 실마리를 제공했다. 사람들은 그런 긍정의 가치를 보면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 것이다. '세시봉'은 음악 이상의 가치를 제공했고 사람들은 공유했다.

모든 브랜드는 자기가 경쟁 우위에 있다고 강변한다. 모든 브랜드는 차별화를 주장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접근이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가장 기초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발전하면서 챙겨야 할 공공의 가치가 늘어났다. 다시 말해서 브랜드에 대한 사회적 책무라는 것이 강조되고 있고, 공공의 대중과 함께 나누는 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파워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세시봉'은 그런 면에 부합했다.

◆ 직관을 통한 가치의 선제적 제안 =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에서 세시봉을 처음 소개했을 때 담당 PD가 과연 시장조사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다음에 그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필자는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아마도 그렇게 했으면 오히려 확신을 잃고 기획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말에는 주의해야 할 함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특히 한국의 소비자들) 질문지를 받으면 모범답안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본인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이런 가치의 선제적인 제안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직관'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세시봉의 직관은 시장이 획일화되지 않는 다양성을 봤다는 점일 것이다. 세시봉의 성공은 몰랐던 가치, 잃었던 가치를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세시봉은 젊은이에게 통기타 음악이라는 가치를, 중년에게는 향수와 추억이라는 가치를 제안했다.

그리고 단일한 가치로 시장 전체를 장악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가치를 다르게 만들어놓게 된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사람들은 그 새로운 가치에 반응했던 것이다. 모든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 데이터가 모든 것을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세시봉 이후에 통기타가 많이 팔려 낙원상가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이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값진 바탕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힘을 얻는 것은 제시하는 가치가 사람들에 의해 재생산될 때다. 훌륭한 브랜드는 하나의 생활방식을 만들어내고 하나의 문화로 발전한다.

브랜드는 단순히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인식 기호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브랜드는 이미 하나의 생활방식이고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요즘도 하루에 몇 시간씩 노래 연습을 한다는 송창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전설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알게 될 듯하다. 모든 브랜드 담당자들이 한 번쯤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김성철 TBWA코리아 광고본부장] [포토] '아찔한 뒤태' 가희 '엉덩이 보지마세요!'

검찰, '쪼개기 후원금' 경기신보 압수수색

서울지역 휘발유 평균가 ℓ당 2천원 돌파

부산에서 기지개 켜는 부동산 서울까지 올라오나

고수 열애 공식 인정 "아름다운 사랑으로.."

중화권 최고 갑부 리자청 자산 29조원 '이건희의 3배'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