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평뉴타운이 시사하는 전세대책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2011. 3. 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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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얼마 전 서울 은평뉴타운에 불 꺼진 집이 태반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시장에서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전세가격이 치솟는데 한편에선 빈 집이 늘어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규아파트에서 전세로 나와야 할 물량이 빈 집으로 방치된 이유는 미분양됐거나 혹은 기존 집을 처분하지 못해 이주를 못하기 때문이다. 투기목적으로 분양받은 후 매매를 위해 빈 집으로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전세난은 주택 공급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나 그 이전에 미분양을 적극 해소하고 거래를 정상화하며 실수요에 알맞은 주택을 공급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일부에서는 전세가 상승세가 주춤해졌다고 분석한다.

전국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57% 수준인데 10년 전에는 70%에 달한 적도 있다. 최근 3년간 주택공급량은 연평균 38만가구로 예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즉 전세가격이 더 상승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세가 상승 원인으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수한 조경과 첨단설비, 지하주차장이 있는 미래형 아파트에 거주하려면 당연히 지급비용이 높아진다.

일례로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의 전세가격은 3억원 수준이지만 인근 신규 아파트는 6억원을 호가한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재건축·재개발이 널리 진행되면서 도심 주거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재건축 이주 과정에서 전세수요도 상당하다. 즉 투기수요가 없더라도 주택의 질적 향상 과정에서 전세나 매매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세난을 해결하려면 단기간에 대량의 주택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 빈 집부터 해결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세입자를 미분양주택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민간의 준공 후 미분양은 4만2600여가구며 여기에 묶여있는 자금은 13조원 규모다. 즉 미분양주택 해소는 주택사업자의 고사를 막고 전세난의 해결대책으로서 매우 현실적이다.

주택가격이 안정된 상태에서 불 꺼진 빈 집을 없애려면 거래비용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의 취득·등록세는 외국보다 상당히 높다. 주택 1가구를 매입하는데 수천 만원이 들어가면 실수요자마저 정상적인 거래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급매물만 소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자가주택 보급률이 60%에 달해 중산층 이상은 상당부분 이미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장기임대주택 등 실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에 노력해야 한다. 광역단위로 재건축사업의 시기 조절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재건축아파트가 입주하는 시점에 인근 뉴타운사업을 허가하면 이주에 따른 전세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주택 공급을 늘려 임대료를 하락시키려면 다주택자를 죄악시하기보다 주택 보유를 권장하고 이 물량이 전세매물로서 시장에 풍부하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 주택가격 폭등기에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를 철회해 사업자에게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주변 시세보다 20% 낮게 분양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수익을 낼 수 없다면 어떤 사업자도 주택 공급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는 대형 평형 중심의 공급 관행을 반성해야 한다. 최근 전세난을 보면 소형 평형 부족이 눈에 띈다. 서울 강남만 하더라도 저층 아파트가 대부분 재건축되면서 33㎡(10평) 내외의 소형 아파트가 전멸된 상태다.

여기에 뉴타운 개발 등으로 서민들의 주거공간은 자꾸 축소되고 있다. 은평뉴타운의 미분양 물량이 대부분 대형 평형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는 다세대나 도시형생활주택을 포함해 소형 평형 공급을 적극 확대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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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수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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