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추가지정 올스톱] 올해 5만채 이상 공급 줄어..집값 불안·전세난 가중 우려
빚더미 LH 신규사업 손 못대작년 혈세 7조5700억 받고도 착공물량 4분의1 토막수도권 사업성 있는 땅도 동나
보금자리주택의 대규모 공급은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 가운데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좋은 집을 적재적소에 공급한다'는 기조 아래 설정한 공공주택 개념이다. 정부는 정책이 잘 수행되면 고질적 수급불균형이 해소되고,주택시장도 안정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논리를 펴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보금자리 5차 지구 선정 작업이 두 달 넘게 표류하고 있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기존 지구들도 지방자치단체와의 이견,토지보상을 둘러싼 지주들과의 갈등으로 지체되고 있다.
이로써 올해 정부가 내세운 보금자리주택 공급목표(21만채)에서 5만채 이상 미달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세대란마저 장기화되고 있어 'MB주택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빚더미 LH,사업추진 발목
국토해양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매년 두 차례씩 보금자리지구를 지정,사업추진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11월 4차 지구 지정 때까지는 이 계획이 무난히 수행됐다. 하지만 LH가 125조원의 빚더미에 눌리면서 사업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지정한다고 해도 당장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LH로선 기존 지구사업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LH는 138개 신규 사업지구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의 와중에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렇다고 보금자리주택과 관련된 정부 지원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다. LH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보금자리주택 건설자금으로 총 7조5700여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실제 착공한 보금자리주택은 작년 한 해 1만6000여채에 불과했다. 2007년 11만채,2009년 5만7928채에 이어 급격히 줄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개발과 운영에서 LH의 적자가 매년 누적되고 있어,이들 자금이 LH 적자보전에 쓰이고 있는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수도권 택지난도 공급차질 요인
서울 인접 지역에서 보금자리 유망 택지를 확보하기가 마땅치 않은 것도 공급차질의 한 요인이다. 분양가도 주변 수준보다 저렴해야 한다. LH 관계자는 "3차 보금자리지구부터 입지여건이 안 좋아지고,예상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상반기에 5차 지구 지정을 위해 후보지를 꾸준히 물색해 왔지만 이런 땅을 찾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도 보금자리주택지구 신규 지정의 걸림돌이다. 경기도 하남시의 경우 3곳(미사 · 감일 · 감북)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탓에 보금자리에 대한 지자체와 주민의 거부감이 많다. 공동사업을 요구하거나,일부 지자체는 보금자리주택 건설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MB주택정책 좌초 불가피
이명박 정부는 당초 신도시 개발보다 서울 도심재개발 · 재건축 등에 집중해서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집권 첫해인 2008년 9월 보금자리 신도시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사실상 바꿨다. 2018년까지 10년간 보금자리주택 150만채를 공급키로 했다. 2009년 8월에는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을 당초 2012년까지 40만채에서 60만채 공급으로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반값 아파트'로 불리며 청약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정부가 분양주택을 낮은 가격에 내놓고 주택 구매수요를 빨아들이는 바람에 민간 주택분양시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정부도 단기간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연간 20조원을 넘는 토지보상비가 소요돼 결국 LH의 재정난을 야기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전체 150만채 가운데 절반 가까운 70만채가 분양주택이어서,상대적으로 임대주택이 줄어들게 됐고,이로써 전세난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장규호/조성근 기자 danielc@hankyung.com
◆ 보금자리주택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짓는 전용 85㎡ 이하 주택을 통틀어 일컫는 말.분양은 물론 10년임대,국민임대,영구임대,장기전세주택 등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하기도 하고 기존 국민임대단지를 보금자리단지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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