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러브' 같은 감동은 계속 된다

2011. 2.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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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대청도에서 줄곧 학교를 다녔던 백모군이 서울대를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교육 한번 받지 않았던 백군의 뒤에는 해병대 장병들이 꾸린 '주말학교'라는 든든한 빽이 있었다. 최근 나눔의 의미가 물질적 기부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사회취약계층과 함께 나누는 움직임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감코리아(korea.kr)는 2011년 신년기획으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행복하게 하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고 있는 재능 나눔과 봉사 현장을 소개한다.

2월25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오류2동에 위치한 오류애육원 운동장에 아이들의 뜀박질로 모래먼지가 일었다. 봄이 성큼 온 듯 햇살은 눈부셨지만,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에 밖에 나가 서 있기조차 귀찮을 법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고 시린 손을 호호 불어 녹여가며 1초라도 아깝다는 듯 야구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은 연예인야구단 소속 연예인들이 이곳 아이들을 대상으로 야구를 가르치는 마지막 연습 날이었다.

오류애육원 아이들이 글러브를 손에 쥔 채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한 여자 아이가 글러브를 낀 손을 내밀어 제법 빠른 속도로 굴러오는 야구공을 잡았다. 태어나 한번도 야구를 접해 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이곳 아이들은 엄마가 가출해 아빠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부모의 학대로 일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입니다. 여기 오기 전까지 정신적 고통을 많이 받았죠. 가영(13.가명)이도 그 탓에 정신치료를 받고 있는데, 야구를 시작하면서 놀랄 정도로 달라지고 있어요."(오류애육원 원장)

가영이는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조차 없었다. 그런데 야구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야구교실 3회째 되는 날 처음으로 공을 잡았다. 글러브 안으로 공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다며 사회복지사 선생님에게 자랑을 했다고 한다.

국민생활체육회는 이번 '행복나눔 생활체육 야구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위해 야구공·배트, 글러브, 배팅연습기기를 제공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김동호(가명) 군은 높이 날아오는 야구공을 잡기 위해 모래바닥 위에서 다이빙까지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팔뚝이 긁혀 상처가 나고 아려도 동호 군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축구는 공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잖아요, 야구는 글러브, 배트, 보호구 등 필요한 게 많아서 하고 싶어도 못해요. 이번 야구교실 덕분에 공 던지기, 받기, 때리기 등 기본기를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이날 야구연습은 MBC탤런트야구단 김훈 감독(종로구 리틀야구단 감독 겸)과 선수로 활동하는 김응석(연예인야구연합회 회장), 김지완 씨가 맡았다.

국민생활체육전국야구연합회 정은미 주임은 "매년 생활체육교실을 하는데, 사업계획이 나오자마자 먼저 전화를 주셔서 '언제부터 하느냐', '이번에는 어느 시설에 가게 되느냐'며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힌다"며 "바쁜 스케줄에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MBC탤런트야구단 소속 김응석씨가 김지완씨가 던져준 야구공을 배트로 쳐주고 있다.

올해 진행된 야구교실에 9차례나 참여한 김응석 씨는 "금전적 기부가 사회봉사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외계층 아이들이 삐뚤어지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예인야구연합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오류애육원 같은 보육시설 아이들이 야구를 배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 중에 있다. 연예인 야구리그를 기금 조성과 연결시켜 야구장학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시설마다 야구팀을 꾸리고 야구용품을 지원하는 것이다. 아직 아이디어 구상 중이라 구체적인 말은 아꼈지만, 올 6, 7월쯤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정부가 야구교실이라는 멍석을 깔아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봉사로 연결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좀더 지속적으로 야구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을 오류동에서 보낸 김지완 씨는 "처음이라 좀 걱정되기도 했는데, 막상 아이들을 접하니 이렇게 해맑은 아이들을 보기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며 "다음 야구교실 때는 우리 아이들도 데려와 함께 뛰놀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완 씨는 "좋은 직장을 다녀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꿈을 간직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값진 것이다"며 "오늘 이 아이들이 훌륭한 성인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야구교실 행복나눔 봉사자로 나선 탤런트 김응석씨(오른쪽)와 김지완씨.

이날을 마지막으로 야구교실은 끝났다. 김훈 감독과 김응석, 김지완씨는 "잘 따라줘서 고맙다"며 아이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세 사람은 돌아선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아쉬워했지만, 아이들의 머릿속에 이번 야구교실이 기억되고 이를 도와줄 재능기부자들이 이어진다면 영화 '글러브'와 같은 감동은 계속될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는 1월8일부터 4월30일까지 연예인야구팀(MBC탤런트, 조마조마, 알바트로스, 한)과 프로농구 선수단(서울 삼성 썬더스, 울산 모비스 피버스, 인천 전자랜드 앨리펀츠), 서정원 국가대표 코치, 이규혁(스케이팅), 유승민(탁구), 홍인기(스키) 등 연예인과 전·현직 스포츠 스타들이 재능기부자로 동참하는 '행복나눔 생활체육교실'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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