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순간에는 언제나 말이 있었다

2011. 2. 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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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영국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았다. 히틀러가 거의 전 유럽을 점령한 채 런던을 향해 연일 폭격을 해대고 있었고, 국민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때 새로운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이 의사당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릴 것은 피와 땀, 눈물과 노력밖에 없습니다. 우리 앞에는 비통하고 극심한 시련이 놓여 있습니다. 길고 긴 투쟁과 고통의 나날이 놓여 있습니다. 여러분은 묻습니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저는 한마디로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 승리입니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어떤 공포와 맞닥뜨리더라도 승리밖에 없습니다." 이 연설 한번으로 처칠은 의회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음은 물론 미국의 협력까지 이끌어냈다. 우직하고 신중한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단어는 전쟁 기간 내내 영국인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말의 힘은 대단하다. 한마디 말은 종종 전쟁과 혁명의 현장에서 총이나 칼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최근 말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책 2권이 출간됐다. '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말, 말, 말'(강미경 옮김)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연설을 수록한 책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명연설'(홍선영 옮김)은 엘리자베스 1세에서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영어로 된 명연설을 소개한다.

두 책에 수록된 연설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으로 끝나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국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기 전에,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라는 구절로 유명한 존 F 케네디의 취임 연설, "나는 죽음도 두렵지 않다"고 외쳤던 넬슨 만델라까지 널리 알려진 연설에 얽힌 막전막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922년 3월 23일 간디는 정부에 적의를 품도록 민심을 부추긴 혐의로 법정에 선다. 판사가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유명한 연설을 시작한다.

"나의 견해에 비추어 볼 때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입니다. 나는 시민의 가장 중요한 의무를 다한 것에 대한 판결을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 만약 내게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자리를 내놓고 악과 영원히 결별하십시오." 간디는 피고석에서 준엄하게 재판정을 꾸짖은 것이다. 판사와 배심원들에게 "선의 편에 서서 자리에서 물러나든가 아니면 악의 편에 서서 가장 엄한 처벌을 해 달라"는 담대한 최후 진술은 영국 공권력에는 당혹감을, 인도 민중에게는 감동을 전해주었다.

1809년 쇼니족 인디언 추장 테쿰세는 땅을 팔라는 백인들을 향해 그 유명한 연설을 남긴다.

"땅을 팔다니요. 그럼 공기도, 구름도, 저 드넓은 바다도 팔아넘기지 그럽니까. 이 땅을 팔아넘길 권리는 세상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절규는 훗날 두고두고 문명 비판의 잠언으로 활용됐고, 지금도 제국주의를 비판할 때마다 등장하는 중요한 화두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혼녀 심프슨과 사랑에 빠져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 8세의 퇴위 연설은 사랑의 위대함을 논할 때 종종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채 7분도 안 되는 짧은 연설에서 에드워드는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는 한 남자의 심정을 절절하게 토로한다.

"이 사실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이 막중한 책임을 짊어질 수 없고, 국왕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제 짐을 내려놓습니다." 자신들의 왕이 미국인 이혼녀의 세 번째 남편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 영국 의회와 국민 앞에서 그는 이렇게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에드워드와 심프슨은 '오래 못 갈 것'이라는 주변의 질시와 비난을 조롱하듯 죽는 순간까지 함께 살았다.

모든 역사적 순간에는 언제나 말이 있었다. 그 말이 사람을 움직였고 사람들은 다시 역사를 움직였다. 말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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