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2월의 눈 폭탄' 맞은 부산·울산 표정 "이렇게 많은 눈 내리는 것은 평생 처음"


14일 폭설(暴雪)은 눈보기 힘든 따뜻한 남쪽 도시인 부산과 울산에 '기상 관측 이래 최대' '서서히 눈의 늪에 빠지는' 등의 새로운 체험을 하게 했다. 예년과 달리 한낮을 비롯, 하루 종일 눈이 내리자 시민들은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등 쌓인 눈이 빙판으로 변할 것에 대비했고,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에서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드는 등 '눈 손님'에 반가워 했다. 또 시내 곳곳이 빙판길로 교통 통제되고 접촉 등 교통사고와 낙상사고들이 하루 종일 잇따랐다.
◆ 기상 관측 이래 최대의 눈이 내린 울산=기상 관측 이래 80년 만의 최대 적설량을 기록한 울산은 온종일 굵은 눈발이 도시를 뒤덮었다. 시민들은 "울산에 이렇게 많은 눈이 쉼없이 내리는 것은 평생 처음본다"고들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3시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발은 오전 9시 대설주의보로 이어지더니 40분 뒤부터는 대설경보로 바뀌었다. 오후 6시를 지나자 적설량 16㎝를 돌파해 종전 최대인 2005년 3월 5일의 12.7㎝를 훌쩍 넘겼다. 1931년 7월 울산기상대 관측이래 최대 폭설이었다. 울주군 상북면과 두동면 등지 산간지역은 20㎝를 넘어섰다. 울산기상대는 "15일 최저 기온이 영하 3도로 예상돼 아침 출근시긴대 빙판길을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예상보다 많은 폭설로 울산은 도시 전역이 퇴근길 몸살을 앓았다. 도심과 외곽을 가리지 않고 거북이 걸음 통행차량들로 극심한 교통정체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북구 마우나고개와 정자 구도로, 동구 주전고개 등 10여 곳이 전면 통제되면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근로자들이 평소보다 1~2시간씩 퇴근길 정체로 크게 고생했다. 특히 현대차 울산공장은 야간조(근로자 8000여명) 출근길이 지체되면서 오후 9시부터 예정된 작업에 대한 임시 휴무조치를 내려 5개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모두 멈췄다. 현대차는 "15일 주간조는 정상 근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공항 이착륙 항공기도 이날 대부분이 결항하거나 취소됐다.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들로 인한 교통사고도 10여건 잇따라 5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일선 학교들도 임시휴업 조치를 내려 학생들을 서둘러 귀가시켰다. 37개 유치원·초·중·고교는 오전 일찍부터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휴업 조치를 내리고 비상 연락망을 통해 등교하지 말도록 긴급 연락을 취했다. 오전 9시 40분을 기해 폭설경보가 내려지자 휴업 여부를 묻는 학부모의 전화가 빗발치면서 일부 학교의 단축수업 결정이 잇따랐고, 결국 오후 1시를 기해 울산시교육청이 전체 유치원·초·중·고교 412곳에 임시휴업 조치를 지시해 학생들을 서둘러 귀가시켰다. 울산시교육청은 "밤사이 강설과 제설작업 현황을 감안, 15일 휴업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울산시와 5개 구·군은 공무원 5000여명과 제설장비 130여대를 동원, 염화칼슘 100여t과 모래를 뿌리며 긴급 제설작업을 벌였다. 육군 53사단 7765부대(울산연대) 장병들도 동구 주전고개, 울주군 범서 지지고개 등에서 제설작업에 참여했다.
◆ 하루 종일 내린 눈에 질린 부산=14일 오후 4시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주변 중앙로. 도로 위로 차츰 눈이 쌓이면서 버스·승용차·승합차 할 것 없이 엉금엉금 거북이 걸음을 했다. 시속 20~30㎞도 안돼 보였다. 운행 차량들도 평소에 비해 절반도 안될 정도로 줄었다. 비슷한 시각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 부근. 몇몇 횟집과 꼼장어집 등은 이미 문을 닫았고,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댔을 이곳의 인적(人蹟)도 끊기다시피 했다.
초등학생 등 아이들은 신나했다. 이날 낮 1시 30분쯤 연제구 거제2동 창신초등학교 운동장엔 아이들 20여명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며 놀았다. 이 학교 3학년 박모(9)양은 "눈 때문에 영어학원이 쉰다고 해서 친구들과 재밌게 눈 장난을 했다"며 "정말 신나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3~4시쯤부터 오후 5시까지 13~14시간 동안 평균 6.8㎝의 눈이 쌓인 부산은 서서히 '눈의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적설량 6.8cm는 1904년 기상청 관측이래 8번째로 많은 것. 종전 8등이었던 1952년 1월 14일의 6.4㎝를 밀어내고 8위에 올랐다. 그동안 부산의 눈은 밤 사이 내려 아침부터 난리법석을 겪어야 했지만 이날 눈은 하루 종일 내리면서 출근시간대엔 그 파장이 크지 않았다. 대신 퇴근시간대와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이날 남포동에 약속이 있어 나온 김모(47·해운대구 반여동)씨는 "하루 종일 내린 눈이 밤에도 오면 고지대가 많은 부산의 특성상 버스도 안 다닐 가능성이 크므로 귀가를 위해 상인들이 미리 앞당겨 철시하는 것 같았다"며 "노상에 주차해 있는 차들은 바퀴가 눈에 묻혀 빠져 나오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일선 구·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전 직원 비상소집령을 내려 제설작업에 돌입했다. 부산시는 80여대의 제설차량을 이용해 산복도로와 고지대 이면도로 등에 염화칼슘 150t을 뿌렸다. 부산교통공사는 폭설로 시민들이 도시철도로 몰릴 것에 대비, 퇴근시간대인 오후 5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1호선 8회, 2호선 8회, 3호선 4회 등 총 20회의 열차를 증편 운행했다. 15일 아침에도 열차를 증편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밤 사이 적설량과 급식가능 여부 등에 따라 각 학교장 재량으로 15일 휴업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저녁에도 눈이 계속 오고 15일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고지대 대부분의 도로가 결빙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15일 출근은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지고, 부산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4일 하늘에 구멍 뚫린 듯 시내 곳곳에 폭설이 쏟아져 내렸다. /김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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