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이 없는데 전세대책이 무슨 소용"
"매물이 있어야 정부 대책의 효과를 논하든가 하죠."
정부가 '1·13' 및 '2·11' 전·월세 안정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전세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계약 만기가 한꺼번에 몰린 지역에서는 일부나마 가격인하 움직임이 있지만 전국적으로 전세 구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14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 중개업소는 대부분 개장 휴업 상태였다. "물건이 거의 없으니 거래도 한산하다"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곳은 '부동산114' 조사결과 지난 한달간 서울에서 전세가격이 1.37% 뛰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반도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30평형대는 물론 40평형대 물건도 구하기 어렵다"며 "부르는 가격도 정부의 1·13 대책 이후 오히려 평형 별로 1000만~2000만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 부족에다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살겠다는 세대가 많다보니 전세 물건은 아예 씨가 마른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숲 힐스테이트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단기보다는 중·장기에 맞춰져 있다보니 시장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임대주택 확보도 중요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공급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동아공인 관계자는 "이사철이지만 다들 이사를 가지 않는다"며 "전세 물건이 없다보니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곧 가격"이라고 말했다.
13일 이 지역에서 만난 한 예비 신혼부부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전세물건이 없다고 해서 미리 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전세로 내놓은 집이 없어 헛걸음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이나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화취재에 응한 경기 용인시나 부산 해운대구의 중개업소는 하나같이 "전세로 나오는 집이 없다"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값이 더 뛰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정부가 1·13 전·월세 안정화방안을 내놓은 이후 11일까지 전셋값은 오름폭을 더 키웠다. 전국적으로 0.73% 올랐고 신도시 및 수도권은 각각 1.26%, 1.27%나 급등했다. 서울도 0.5% 상승세를 유지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2·12 대책의 핵심인 임대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임대사업 활성화 방안은 전세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무용지물이지만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희소식"이라며 "이들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며 2~3채의 집을 사서, 값이 뛰면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도록 정부가 공인해준 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정부정책 발표 후 몇몇 돈 있는 사람들이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2~3채의 집을 살 수 없느냐는 문의가 있었다"며 "임대소득에 대한 적절한 환수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전세난 잡으려다 부동산 투기만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성남 판교신도시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가격이 하락 움직임을 보였다. 판교동 세종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전세보증금 3억3000만원 이하로는 안된다던 ㅅ아파트 32평형 집 주인이 14일에는 1000만~2000만원은 깎아줄 수 있다고 연락해 왔다"며 "4~5월에 전세계약 갱신물량이 쏟아지는데다 정부가 전세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니 집주인들의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 분당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전세물건이 없어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혀 이 같은 현상은 일부 지역의 국지적 현상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팀 본부장은 "정부의 2·11 대책은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전셋값 불안 문제를 풀기에 역부족"이라며 "오른 전세 보증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강화한 것도 장기적으로 가계부실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공급 확대 및 수요 분산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 김종훈 선임기자 >
[경향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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