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신용관 기자 qq@chosun.com 2011. 2. 1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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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댄 애리얼리 지음|김원호 옮김|청림출판|448쪽|1만8000원

이스라엘텔아비브에서 생활하던 18세 소년은 실험 폭발사고로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입원 3주 후엔 수혈을 잘못 받아 간염에 걸렸다. 이 때문에 화상 치료는 미뤄졌고, 피부이식 거부반응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소년은 3년간 병원 신세를 지면서 또래가 하는 많은 일로부터 단절됐다.

이 외톨이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가 얻은 결론은 '의외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상식 밖의 경제학'(2008년) 저자인 미국듀크대 경제학과 교수, 댄 애리얼리(44) 얘기다. 인지심리학, 경영학 박사인 애리얼리는 행동경제학 분야의 권위자. 이론이 아니라 각종 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의 몇몇 전제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 많은 액수의 돈이 걸려 있는 경우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시장은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등의 전제들은 엄청난 판단착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신간 '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에서 저자는 인간의 비합리적 성향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해법을 추구한다.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 패턴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해 업무상 의욕을 불러일으키거나 동기를 부여하는 진정한 요인은 무엇인지, 주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관한 통찰을 보여준다.

가령 우리는 상식적으로 보너스나 금전적 인센티브가 높을수록 더 많은 업무 성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도(印度)의 자원자들과 MIT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모의실험을 통해, 벽돌을 쌓거나 물건을 나르는 것 같은 기계적 일을 하는 이들에게 많은 보너스를 지급하면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지만, 두뇌를 사용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반대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를 끌어냈다. 높은 수준의 보너스를 제시받는 기업 경영자들의 임무는 본질적으로 두뇌를 사용해야 한다. 인수·합병 전략이나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경영자들은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과 높은 보너스를 잃을지 모른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성과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감정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문제의 감정이 사라진 뒤에도 장기간에 걸쳐 우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3시 30분에 자신이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 기억해낼 수 있는가? 다만 우리는 과거의 행동만을 기억해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려 한다. 그것이 설령 평상시와 다른 어떤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유발된 행동이라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이전에 길에서 마주친 걸인에게 돈을 준 적이 있었지. 나는 이렇게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앞으로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해야겠어'와 같은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자기 무리짓기(self-herding)'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과거 행동을 그대로 따르는 의사결정 과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갑자기 급격한 감정변화가 생겼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런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계속해서 저자는 인간의 비(非)이성(irrationality)이 우리의 습관, 데이트 상대의 선택, 물건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 적응력, 복수욕 등 인생의 다양한 부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소개한다. 또한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성향을 많이 갖고 있으며, 이러한 비이성이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직관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항상 이런 식으로 해왔으니까"라고 생각하면서 직관과 일반적 지식을 따르고, 익숙하고 습관적인 행동을 고수하려 한다면 지속적으로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소 중언부언하는 인상을 주지만, 딱딱하게 논리를 늘어놓기보다 각종 심리학적 실험과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로 전하듯 풀어놓고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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