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규제완화·세금감면 '빅카드' 뺀다
소형공급 확대 잇달아 불발주택거래활성화로 돌파구대기매수세 유인에 초점집값 안정 기조와 조화 관건
4대강 스타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최근 여론이 크게 악화한 전세난에 대한 잇단 정책 오판과 실언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1.13 전ㆍ월세 대책'에서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고 공언한지 채 한달도 못돼 또다시 이달 말 매매ㆍ전세 시장 종합대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져지면서 정책 신뢰도에 큰 흠집이 났다.
정 장관은 '소형ㆍ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그동안의 소극적 전세대책에서 한발 나아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와 세제감면혜택 등의 연장을 통한 매매시장 활성화를 복안으로 고심중인 것 같다.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불붙기 시작한 전세시장 불안이 올 봄 이사철로 이어지면서 전세대란이 장기화 될 경우 주무부처 장관 인책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전세난민에게'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
지난 1.13 전세대책 당시 정종환 장관은 "내놓을 수 있는 전세 대책은 다 내놨다. 더 이상의 전세대책은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 좌담회에서 "2월말 전세대책을 관계부처 장관들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주무장관인 정 장관은 허언(虛言)을 하게 됐다.
정 장관의 낙관론은 작년부터 시작됐다. 작년 9월27일 기자 간담회에서 수도권의 전세금 상승에 대해 "현재 전세난은 매년 이사철에 나타나는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별도의 전세대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12월1일 강연에서는 "매매 대기 수요가 전세를 유지하고 있고, 이는 시장이 안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 전세난이 해소되지 않자 정부는 2월 또 다시 전ㆍ월세 대책을 준비중이다. 이번에는 DTI규제완화ㆍ세제감면 연장등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 같은 정 장관의 발언은 2년만에 전세금이 1억~2억원씩 폭등하고, 그나마 전셋집을 찾지 못해 주변부로 떠 밀려나는 '전세난민'이 발생하는 시장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정부의 전세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간과했다는 비난을 샀다.
▶정부 판단,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의 전세시장 인식에도 나름 일리는 있다. 지난 1월 전셋값이 9년만에 동월 최대폭으로 오르는 등 전세시장 상승세에도 불구, 전세금 수준은 매맷값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4.8% 수준이다. 전셋값이 매맷값을 끌어올렸던 2001년 63.4%, 2003년 55.5%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낮다.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지역도 강북 보다는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3구'와 판교 신도시 등이라는 점도 정부의 신속한 정책개입 의지를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셋값이 많이 오른 송파구 잠실 일대와 판교 신도시의 경우 2년전 대량 공급에 따른 가격약세의 기저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시장에 대한 이같은 판단 때문에 전세대책은 2~3년뒤 정책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임대ㆍ소형주택 공급 확대' 처방으로 나왔다. 정 장관은 '1.13 대책' 당시 "언론을 통해 전세난이 부각되면서, 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는 전세대책이 정책적 판단보다는, 언론의 불안감 조성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매매시장 활성화로 전세난 잡을 수 있나?
=한편에선, 매매시장 안정에 따른 주택 매수 대기 심리 확산으로 전세시장 상승세를 차단할 뾰족한 처방이 없다는 동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의 말처럼 보금자리주택 등의 보급과 향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심리가 확산되면서 '형편이 되는 사람'도 주택 매수를 꺼리고, 전세시장에 눌러앉기 때문에 전세시장 강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저금리 시대, 향후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전세를 유지하기 보다는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예 처분하면서 전세물량이 급감하는 등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전세난을 잡기 위해 '집값 안정'이란 현정부 최대 화두를 훼손할 수 있는 '매매시장 활성화' 처방을 섣불리 쓰기도 곤란하다. 자칫 '집값 끌어올리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점도 국토부의 정책 처방 범위를 옭아메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당면한 전세난 해법으로 'DTI규제와 세제감면 등의 만기 연장' 을 시사한 국토부의 2월말 대책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면 지원이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남 지역의 4억~8억원대 세입자를 매매시장으로 끌어들일 당근을 제시하지 않고는, 확산일로는 치닫는 전세난을 풀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이 적정한 집값 상승폭으로 제시한 '경제성장률 대비 2~3% 포인트 낮은 수준'의 정책처방이 서민들의 전세난과 집값 안정이란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묘책'이 될 수 있을 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주남 기자/ namk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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