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한파까지 뒤숭숭.."설 대목이 다 뭬야"

2011. 2. 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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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남 모란장 상인들

붐볐다. 여전히 넉넉했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한 표정의 사람들이 더 많은 듯 보였다.

설을 앞둔 마지막 대목인 지난달 29일 오후 수도권 최대의 민속 5일장이 선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장'. 어김없이 장은 섰고 흥정도 벌어졌다.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냐?"라는 상투적 말을 내뱉는 손님에게, "에라~ 망하기밖에 더 하겠어?"라며 익살스럽게 물건을 덥석 집어주는 상인. 닷새마다 벌어지는 풍경이지만, 이날은 장날다운 이런 쏠쏠한 재미는 없었다.

좌판에서 옷가지를 팔던 이용순(66·여)씨는 "구제역에다 날씨가 영하 15도를 넘나들어서 그런지 대목이 대목 같지 않다"며 "올해는 한국 사람들보다 장구경을 하며 싼값에 물건을 사려는 중국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추위 탓에 이마에 팬 굵은 주름이 더 깊어 보이는 이씨는 "아무리 세찬 겨울 칼바람에도 장터를 지켜왔는데, 요즘에는 뒤숭숭한 동물 전염병 때문에 사람이 더 모이지 않는 것 같다"고 착잡해했다.

밤과 곶감 등 제수용품을 파는 상인 박아무개씨 처지는 더 좋지 않았다. "물건도 많고 값도 싼데도 날씨가 추우니까 장터로 나오던 손님들이 뚝 끊겼다"며 "손님들을 대형마트 같은 실내 매장으로 빼앗겨 평소보다 물건을 적게 가져왔는데도 도무지 줄지 않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고향을 찾지 못하게 된 도시민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고향이 충남 당진이라는 문인성(50·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씨는 "구제역 때문에 열린 고향 마을 회의에서 '설날에 자식들을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자는 결정이 났다'는 어머님의 전화를 받았다"며 "무시하고 고향에 갔다 구제역이라도 돌면 시골 부모님들까지 원망을 들을까봐 귀성을 접었다"고 말했다.

성남/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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