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길_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길

글·박정원 월간산 기자 jungwon@chosun.com 2011. 1. 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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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삼켜버린 길.. 18m 높이 편백나무 숲

정말 눈이 많이 내린다. 올겨울 내내 내리는 것 같다.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 은세계로 변한 듯하다. 산과 길은 더더욱 그렇다. 원래 있던 산과 길이 눈에 덮여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다니지 않을 순 없다. 없는 길은 찾고 만들어서 가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와 '극한 상황을 찾아 즐기는' 부류들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에 빠지고 있다.

피하지 않고 즐기려면 즐길 요소를 찾아야 한다. 길에서 즐길 거리는 단연 숲이다. 길과 숲은 불가분의 관계다. 가장 좋은 숲길을 찾아 나서면 된다. 겨울엔 앙상한 가지만 남아 대부분 숲은 볼품없지만 한국 최고의 조림지로 유명한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길은 다르다. 그 길엔 상록의 숲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영화가 있다.

장성

의 편백나무는 모두가 쭉쭉 뻗어 잘생겼다. 나무의 평균 높이가 18m다. 위를 보려면 한참 쳐다봐야 한다. 평균 18m가 되는 편백나무와 삼나무들이 수백만 그루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단일 군락지로 국내 최대 규모의 숲이다. 조림가 임종국씨가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축령산 일대 700여㏊에 280만여 그루를 심고서 자식 키우듯 가꿨다. 그는 고인이 됐지만 숲이 남아 그의 이름을 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산림청이 뽑은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잘 빠진 미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름드리나무가 군살 같은 곁가지 하나 없이 미끈한 몸통 줄기를 뽐낸다. 이들은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다. 하얀 설원의 세계가 상록수까지 덮을 기세지만 가지만 조금 늘어뜨릴 뿐 푸름을 잃지 않고 있다. 상록과 순백의 만남, 그것이 겨울 축령산 편백나무숲의 모습이다.

상록수 숲은 푸름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팀에 따르면 편백숲의 공기는 천식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심폐기능 강화와 폐결핵 치료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왔다.

그 상록의 편백숲은 '홍길동의 이야기'까지 입고 있다. 길의 현상은 '상록과 순백의 만남'이지만 길의 이야기는 홍길동인 것이다. 걷는 길에 동행한 장성 향토사학자 공영갑(64)씨는 "이 숲길은 실존인물 홍길동이 숱하게 훈련하며 다니던 길"이라고 말했다.

장성은 지금 온통 홍길동판이다. 실존 여부에 대해 논란은 있지만 장성군이 직접 나서서 홍길동을 실존인물로 확인하더니, 모든 홍길동 캐릭터와 상표권을 소송과 등록을 통해 장성군이 확보했다. 홍길동 생가터를 복원했고, 지금은 대단위 홍길동 테마파크를 조성 중이다. 2012년까지 완공 예정이다.

축령산 편백숲길은 꽤 널찍한 임도로 계속 연결된다. 걷기에 정말 좋은 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숲속에 삼삼오오 자리를 깔고 피톤치드를 마시며 즐기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산림청은 축령산 정상과 연결되는 편백나무숲길을 치유의 숲, 건강숲길로 단장했다. 명상쉼터와 전망대를 지난해 만들었다.

편백나무숲길이 끝날 즈음엔 금곡영화마을이 나온다. 전형적인 산촌이면서 눈이 왔을 땐 정말 영화 같은 마을이다. 서(西)에서 난 물이 동(東)으로 흐르는 서출동류의 약수로도 유명하다. 이 마을에서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침향' 등을 촬영했다.

편백숲을 지나며 홍길동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영화 같은 마을을 만나면 어찌 즐겁지 않겠나. 한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정제된 산소를 듬뿍 마실 수 있는 길이 장성 편백나무숲길이다. 길은 사람을 사색하게 만든다. 사색하기 싫어도 걷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사색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뒤 해결이 된 듯한 생각이 번쩍하고 떠오른다. '나는 걷는다'를 쓴 베르나르 모리비에르는 "홀로 걸으며 생각을 하는 동안 근본적인 것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까지 했다.

유난히 눈이 많은 이 겨울,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자세로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길로 한 번 가보라. 그리고 눈을 헤치며 한 번 걸어보라. 폐부 깊은 곳까지 시원한 느낌이 들 게다. 그게 바로 근본에 도달하는 길이다.

여·행·수·첩

탐방가이드

축령산 편백나무숲길을 가려면 추암리 괴정마을에서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차할 곳도 많고, 숙식을 해결할 시설도 갖추고 있다. 추암리 괴정마을에서 1㎞ 정도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널찍한 임도가 시작된다. 이 임도를 따라 끝까지 가면 된다. 능선 정상엔 임종국 조림 공적비가 있다. 이곳이 갈림길이다. 산림청에서 조성한 치유의 숲 건강숲길은 축령산 정상으로 연결되고, 총 길이가 2.9㎞가 된다. 나중 길이 다시 합쳐진다. 괴정마을에서 임종국 조림 공적비를 거쳐 금곡영화마을까지는 5.1㎞.

교통▶손수 운전:

호남고속도로 장성IC에서 빠져나가면 24번 국도와 접속이 된다. 곧이어 외길인 왕복 2차선의 한적한 8호 군도로 가면 홍길동생가가 나온다. 추암마을까지 곧장 가면 된다.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서울~장성까지 하루 5회 운행. 소요시간은 3시간 25분, 요금은 우등은 1만6100원, 고속은 1만5800원.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600.

▶기차:

용산에서 출발하는 KTX가 장성에 정차. 하루 7회 운행. 2시간 30분. 어른 일반실 3만3900원. 철도공사 1544-7788.

▶현지:

장성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홍길동생가까지 택시요금은 1만원 정도다. 017-601-0783 또는 (061)392-0783.

숙식

장성의 별미는 꿩 샤브샤브와 장성호에서 잡은 메기찜이 있다. 꿩샤브샤브는 황룡면 아곡리의 꿩요리 전문점인 '산골짜기(061-393-0955·010-5169-9981)'가 유명하다. 꿩이 알을 낳는 5월 전후엔 알도 맛볼 수 있다. 축령산 자락에는 촌닭과 옻닭을 전문으로 요리하는 추암골산장(016-633-7070·061-393-0960)이 있다. 민박도 한다. 금곡영화촌에서는 마을 이장(010-4714-5220)이 민박을 공동관리하며, 주변에 식당이 몇 군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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