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독수리, 용

기자 2011. 1. 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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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기 논설위원

'독수리 조(雕)'와 '독수리 조(鵰)'- 미국의 국장(國章) 속 갈색 흰머리수리는 어느 쪽일까.

김준규 검찰총장이 3일 신년사에서 검찰 기운이 비상하는 한 해를 다짐하고 다잡으며 은근슬쩍 삽입한 복음성가 구절 '독수리 날개쳐 올라가듯'의 그 독수리는 또 어느 쪽일 것이며….

일단은 흩어 '새 추(隹)'와 '새 조(鳥)'로 나눠 짚어볼밖에. 꼬리가 짧은 새와 긴 새를 그리 가른다던데 글쎄…, 국장 속 저 꼬리를 짧다고 봐야 할지 길다 해야 할지….

일석이조(一石二鳥) 일거양득(一擧兩得)과 같은 뜻, 화살 한 대로 독수리 두 마리를 잡는 '일전쌍조(一箭雙鵰)'도 있어 먼저 조(鵰)에 눈길 머문다. 그러나 멀리 미주 대륙의 그 새, 날카로운 부리로 미국의 표어 '다수에서 하나로(E PLURIBUS UNUM)'라는 라틴어 두루마리를 물고 있는 그 새를 동양 전래의 지혜, 기예로 부르기는 아무래도 좀 그렇다. 그래서던가, 흔히들 조(雕)라는 것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997년 전임 장쩌민 이후 14년 만의 국빈 자격으로 18일 미국을 방문, 이튿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을 두고 '용조상박(龍雕相搏), 용쟁조투(龍爭雕鬪)'라고들 해왔다. 용호상박(龍虎相搏) 용쟁호투(龍爭虎鬪)에서 '호', 호랑이의 그 자리에 독수리를 대신 들여세운 것도 그렇지만 그 용을 독수리보다 굳이 앞세운 조어도 세계의 양강(兩强), 일컬어 G2의 새 서열을 의미한다나 어쩐다나, 백악관 앞 거리와 워싱턴기념탑 주변…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넘실거리는 '붉은 스크린'의 너울처럼.

문제는 '용조상박, 용쟁조투' 그 상박, 그 쟁투의 일진일퇴에 이땅 한반도의 어제, 오늘 또 내일이 걸려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북한의 3·26 천안함 폭침과 11·23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한국민 가운데 북한의 천안함 만행을 못믿는 사람 허다하다"고, 또 '분쟁지역 교전'쯤으로 비튼 그 용 그 중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신년 연설을 통해 "연평도 도발 이전과 이후가 똑같을 수는 없다"고 잘랐다. 그렇다. 한반도 현대사는 '천안함 이전'과 '연평도 이후'로 나뉘었다.

"북한의 추가도발 없어야 한다."

1·19 미·중 정상회담의 이 비의(非議)마저 비틀린다면… 또 그렇다, 용은 역시 전설의 동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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