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국이 아니어도 좋다" 견공들의 즐거운 질주

태백=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 2011. 1. 1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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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서 7회 개썰매 대회, 허스키.. 말라뮤트.. 한달 사료값만 150만원

1925년 알래스카 서북단 항구도시 놈(Nome)에 전염병이 창궐했다. 약이 없어 주민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자 보다 못한 사냥꾼들이 나섰다. 1850㎞ 떨어진 앵커리지에서 백신을 가져온 것이다. 그때 인간들을 살린 게 바로 개였다.

백신 이동경로를 따라 1973년 아이디타로드(Iditarod) 개썰매 대회가 시작됐다. 아이디타로드는 에스키모어로 '먼 길'이란 뜻이다. 영하 40도를 밑도는 혹한 속을 달리는 이 대회엔 '지상 최후의 위대한 경주'란 별명이 붙었다.

'제7회 한국 개썰매 선수권대회'가 16일 강원도태백레이싱스노우파크에서 열렸다. 영하 15도의 추위에 사람들은 몸을 움츠렸지만 북국(北國)이 고향인 개들은 신이 나 멍멍거리며 뛰어다녔다.

개 한 마리가 끄는 경주부터 마릿수에 제한 없는 오픈 레이스까지 6종목에 20여팀 100여 마리가 참가했다. 대회는 한 팀씩 차례로 썰매를 타 기록을 재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최장 코스인 오픈 레이스가 2.5㎞에 불과했지만 참가자들은 알래스카 설원(雪原)을 달리는 듯 기분을 냈다. 루키랜드 팀의 이구행(39)이 오픈 레이스에서 4분6초81로 우승해 3월 노르웨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을 땄다.

개썰매는 '머셔(musher)'라 불리는 운전자도 중요하지만 주인공은 단연 개다. 시베리안 허스키, 알래스칸 말라뮤트는 늑대 비슷하지만 몸집이 작고 꼬리가 아래로 처진 게 허스키, 덩치가 크고 꼬리가 말려 올라간 쪽이 말라뮤트다.

대한독스포츠연맹 최지용 이사는 "허스키는 지구력이 좋아 100㎞ 이상 달리는 장거리 레이스에 적합하다. 말라뮤트는 성질이 더 온순하고 덩치가 커 힘이 좋다"고 말했다.

이색 출전 견(犬)도 있었다. 한 마리 레이스에 출전한 박상우(37)씨의 썰매는 9개월 된 풍산개가 끌었다. 박씨는 "모든 개는 질주 본능이 있기 때문에 썰매를 끌 수 있다. 훈련을 거의 못했는데 생각보다 썰매를 잘 끌었다"며 좋아했다.

2000년부터 개썰매를 시작한 베테랑인 박씨는 500m를 1분16초20에 달려 우승했다. 썰매개는 포지션마다 특색과 역할이 구분된다. 우두머리가 맨 앞에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포인트 도그(point dog)를 맡는다.

6마리 이상이 끄는 팀은 포인트 도그 뒤에서 방향 전환을 돕는 스윙 도그(swing dog), 중간에서 멤버를 이루는 팀 도그(team dog), 썰매 바로 앞에서 힘을 쓰는 휠 도그(wheel dog)로 구성된다.

리더인 포인트 도그는 '개들끼리' 정한다. 개들을 한 우리에 몰아넣으면 자기들끼리 서열이 생기는데 그중 '보스'가 맨 앞 썰매를 끈다.

조균우(34)씨는 시베리안 허스키 12마리를 비롯해 순수 혈통의 썰매 개만 15마리를 키우는 '프로 선수'이다. 한 달에 사료 값만 150만원이 든다.

조씨는 "썰매개 중에서도 유난히 '질주 본능'이 강한 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비시즌에 바퀴 달린 썰매로 도로를 달릴 땐 시속 40㎞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엔 개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눈밭이 없는 게 가장 아쉽죠. 한국 최초로 아이디타로드 레이스에 출전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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