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세상에 맞선 17세 소녀의 외로운 사투, '윈터스 본'
전 세계 영화제 25개 부문 석권… 제니퍼 로런스의 열연 압권
[세계일보]
세상의 모든 소년소녀 가장에게 현실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복지논쟁'이 한창인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미래나 꿈은 너무 멀리 있고, 대신 생존이 걸린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는 눈앞에 '지옥도'처럼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우선 살아남아야만 미래든 꿈이든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 지옥 같고 미래조차 잘 보이지 않는 현실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17세 소녀 가장의 가슴 뭉클한 삶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 세계 영화제 25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성과 제니퍼 로런스의 열연이 빛나는 '윈터스 본(Winter's Bone)'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미주리주 오자크 산골 마을의 17세 소녀 리 돌리(제니퍼 로런스)는 몸이 온전치 않은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을 돌보며 산다.
어느 날 마약판매 혐의로 실형 선고를 앞둔 아버지가 집을 담보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종적을 감춘다. 경찰과 법원은 아버지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리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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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인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냉혹한 세상에 맞서 아버지 실종을 둘러싼 진실을 찾아 나서는 17세 소녀의 사투를 그린 '윈터스 본'.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하지만 아버지 행방은 도무지 알 수 없고 친척들마저 그녀를 외면한다. 경매일이 다가오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을 사람들은 리에게 아버지 행방을 들쑤시고 다니면 더 이상 가만두지 않겠다며 위협까지 한다. 리는 아버지 행방을 밝혀야만 집을 지킬 수 있다는 절박함에 결국 아버지 행방의 진실을 찾아 홀로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다.
'윈터스 본'은 삶의 터전인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냉혹한 세상에 맞서 아버지 실종을 둘러싼 진실을 찾아 나서는 17세 소녀의 외로운 사투를 그린 영화다.
주인공 리는 가석방된 아버지가 자취를 감추고, 어머니도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해 혼자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미국판 소녀 가장'. 모아둔 돈도 없고 경제적인 능력도 없으며 어린 두 동생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하지만 '윈터스 본'은 차가운 세상과 고단한 삶의 묘사를 넘어 냉혹한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리의 모습을 끈질기게 그림으로써 오히려 진한 감동을 안기는 데 성공한다. 그녀는 사냥을 해 토끼 가죽을 벗겨 요리하고 군복무를 하면 4만달러를 준다는 말에 군 입대를 시도하기도 한다. 주위의 냉소와 무관심에도 꺾이지 않고 삶을 이어가려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다.
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아버지 실종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사건들은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19세에 불과한 주인공 제니퍼 로런스의 열연은 압권이다. 그녀는 폐쇄된 시골 산골 마을 소녀 가장 삶을 '날 것' 그대로 표현했고, 고통과 슬픔 등의 감정연기도 자유자재로 뿜어낸다. 불안과 두려움에 떨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리를 온 몸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다. 전미비평가협회 신인여우상, 시애틀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비롯해 2011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이유다.
한겨울 외진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화면은 차가운 세상과 고단한 삶을 상징하려는 듯 온통 잿빛으로 가득하다. 질감 또한 지극히 차갑고 음습하다. 절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리의 모습조차 건조하게 그려진다. 이 같은 영상은 기존 할리우드영화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과연 이것이 미국 영화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대니얼 우드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04년 첫 장편 '절망의 끝'으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던 데브라 그래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20일 개봉. 상영시간 100분.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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