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종합대책] 원룸만 늘리는 전세대책 .. 전셋값 잡기 역부족
주택기금 전세자금 확대 … '6개월 무주택자' 폐지 불구, 지원 대상·한도액은 그대로다주택자 규제 풀어주고 분양가 상한제 완화로 주택 매매시장 물꼬 터줘야
'1 · 13 전세대책'은 민간 임대주택 건설 촉진 등의 긍정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전세난 해결에는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잠재적 매수자들이 '전세 눌러앉기'에 가세해 발생하고 있는 수요를 분산시키지 못해 전세난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임기응변식 대책 수두룩
'1 · 13 전세대책'은 전세난의 근본 처방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 규모를 5조7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늘렸다는 점부터 그렇다. 총액만 늘렸을 뿐 지원 대상이나 한도는 확대하지 않았다. 근로자 · 서민 전세대출의 경우,연 3000만원 이하라는 소득 기준이 유지되고 건당 6000만원인 지원 한도도 높아지지 않았다.
'세대원 6개월 이상 무주택자'란 조건은 폐지했다. 유주택자 무주택자와 관계없이 소득 기준만 충족하면 전세금을 대출해주겠다는 얘기다. '연소득 3000만원으로 주택을 가진 국민이 얼마나 되느냐'란 질문에 국토부는 입을 다물었다.
도시형 생활주택,다세대 · 다가구 등 단기간에 지어 공급할 수 있는 주택에 초저리(연 2%) 건립자금을 대출키로 한 것은 국토부가 심혈을 기울인 대책이다. 그러나 다세대 · 다가구보다 원룸 등 초소형 주택 사업자들이 자금 지원 주 수요층이어서 전세난을 겪는 아파트 등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원룸이 아니라 방 2~3개짜리 주택건립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 공공 부문에서 총 13만채의 주택을 공기 단축,입주 절차 단축 등을 통해 조기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기 단축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입주 절차 단축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미봉책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재건축 · 재개발 이주 수요 분산을 위해 관련법(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언제 시행될지 불확실하다.
◆전세난 장기화하나
전문가들은 내년은 물론 2013년까지 입주 물량이 계속 줄어 전세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수도권 토지가격 급등,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한 민간 분양시장 위축 등으로 2008~2010년 주택 건설이 크게 줄었다.
국토부는 "민간 예측처럼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폭 줄진 않는다"면서도 "작년 25만9000채에서 올해 20만6000채로 20.5%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은 "내년과 후년으로 갈수록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국에서 15만채가 안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 전세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전세 수요자들이 주택 수요자로 돌아설 수 있도록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만 고집할 게 아니라 수도권 민간 중대형부터 상한제 폐지를 추진하는 등 단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신규 분양을 받아주고 미분양을 해소하는 순기능이 있어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순기능을 살리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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