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자=웃기는 남자

2010. 12.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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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훈훈한' 싱글 앤 더 시티

커플 천국 크리스마스에 여자 셋이 더블유 호텔에 갔다. 거래처에서 숙박권을 선물받은 김 차장이 애인 없는 덕을 친구들이 봤다. 아이 둘의 엄마인 김 선생은 호텔 바에 가서 칵테일이라도 마시자고 졸랐다. 하지만 돈 버느라 피곤한 독신녀들은 이미 체크인을 하는 순간부터 제2의 피부인 추리닝과 안경을 몸에 장착한 뒤였다. 결국 킹 사이즈 침대에서 와인 잔을 홀짝이며 티브이만 봤다. 집에서도 그렇게 보내니 억울할 일 없고, 때마침 <시크릿 가든> 재방과 본방이 적절하게 편성되어 온 누리의 여자들에게 은총을 내리는 성탄절이 아닌가. 모태솔로 김 차장도 유부녀 김 선생도 입 모아 재벌 2세 현빈 예찬. 하지만 나는 삼신할머니 랜덤으로 내가 그런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몰라도, 고귀하고 뻣뻣한 김주원이랑 사귀고 싶지는 않다. 내 남자로 고를 수 있다면 한류스타 오스카. 어쨌거나 끊임없이 길라임을 웃기기 때문이다. "날 모르는 사람도 괜찮아. 날 안다면서 오스칼이라 부르는 사람도 용서할 수 있어!" 고생 많이 한 길냥이처럼 바짝 털을 세운 길라임도 이런 오스카 앞에서는 골골대며 웃고 떠든다.

역시나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 고품격 음악 버라이어티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망측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적은 세기의 프러포즈 송이라는 '다행이다'를 토토로 앞에서 불렀으며 대표 '엄친아'이자 섬세한 감성 뮤지션 루시드폴은 루돌프 탈을 쓰고 나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불렀다. 이 모든 기획의 구심점에는 물론 진행자 유희열이 있다. 게스트에게 "(날) 실제로 보니 정말 멋있지 않냐?"고 묻고, 빅뱅 앞에서 "외모 때문에 음악성이 가리워지는 우리는 참 피곤하다"고 뻔뻔하게 던지는 사람. 웃기는 남자는 좋은 남자다. 스스로를 낮추어 자신을 웃음의 재료로 쓸 수 있는 건 자신감의 증거이자 권위의 반대말이기 때문이다. 이 추운 계절, 싱글 여자들에게 필요한 건 비싼 선물보다는 한번 웃겨주는 남자다. 하지만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산, 유머를 가진 사람이란 재벌 2세만큼이나 희귀해서 여자 셋은, 빨려 들어갈 기세로 티브이만 봤다.

황선우/<더블유 코리아>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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