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위상 강화·과기벨트 입법화 성공
2010 과학기술 분야 결산
2010년은 과학기술계 이슈가 어느 때보다 많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2년여를 끌어온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위상 강화와 이를 통한 과기 컨트롤타워 개편 논의가 절차상 하자 논란은 있지만 마무리됐다. 세종시 수정안과 맞물려 역시 2년여간 표류하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사업도 같은 배를 타고 국회 입법화에 성공했다. 글로벌 프론티어, 세계수준연구센터(WCI) 등 새로운 R & D 프로젝트도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국내 첫 쇄빙선인 아라온이 처음 남극으로 출항해 쇄빙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국내 최초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등 거대과학 분야의 성과도 컸다. 그러나 지난해 1차 발사 실패에 이어 나로호 2차 발사 역시 실패로 돌아가면서 좌절을 맛봤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체성 확보와 연구환경 개선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국과위ㆍ과기벨트 `묵은 과제' 해결=2년여간 과학기술계가 공들인 국과위 위상 강화와 과기벨트 구축사업 입법화가 국회 예산안과 함께 통과되면서 과학기술계 입장에서는 해묵은 짐을 내려놓게 됐다. 특히 국과위가 예정대로 내년 4월경 출범하면 국가 R & D 전체를 총괄 조정하고 예산 배분ㆍ조정권을 갖는 조직이 생겨 국가 R & D 프로세스 전반의 변혁이 예상된다.
국과위의 구체적인 역할과 조직 구성 등을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에 담고,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의 유기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강력한 힘을 갖는 게 관건이다. 과학기술계 전체에 강한 리더십을 구사할 수 있는 위원장을 선임하고 대통령이 강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기벨트는 법 제정으로 이제 첫발을 뗀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중 입지를 공모가 아닌 지정방식으로 선정하고,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중이온가속기 건설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과기벨트는 `기초과학 연구의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고, 국내외 주요 연구거점들을 사이트랩 형태로 묶는 동시에, 국내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는 게 핵심이다. 출연연으로 대표되는 기존 공공연구기관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기관을 얼마나 세밀하고도 현실적으로 설계하느냐와,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을 피해 가느냐가 사업 성공을 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희비 엇갈린 거대과학 분야=우주ㆍ원자력ㆍ극지ㆍ핵융합 등 거대과학 분야는 2010년 희비가 엇갈렸다. 원자력 분야는 연구용원자로와 상용원전 수출 소식에 한해를 희망차게 시작했고, 중소 일체형 원자로(SMART) 사업 본격화, 동위원소 생산용 연구로 건설 논의 본격화 등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극지연구 분야에서는 국내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이 지난해 12월 남극으로 첫 출항에 나서 쇄빙시험을 마치고 3월 귀항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극지연구에서 필수적인 기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핵융합 분야는 KSTAR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핵융합 반응에 성공하고, EU가 주도하는 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성과가 컸다. 핵융합연구소는 올해 이뤄진 세번째 실험에서 중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을 통해 중성자를 검출하고 플라즈마 전류 720kA와 유지시간 6초 이상을 이뤄냈다.
그러나 우주연구 분야는 국내에서 발사되는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지난해 8월25일 1차 발사 실패에 이어 지난 6월10일 두번째 발사에서도 실패를 맛봤다. 러시아측이 제작한 1단 엔진 결함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면서 외국 기술에 의존한 나로호 3차 발사에 매달리느니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의견들도 나왔다. 정부는 실패 원인을 밝혀내는 대로 3차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글로벌 프론티어 등 새 R & D 착수=R & D 분야에서는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에 이어 9년 장기 대형 정부주도 R & D 사업인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이 시작됐다. 나노기술, 정보기술, 바이오기술 등을 결합한 융합R & D를 통해 국가 성장동력이 될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게 이 사업의 목표다. 올해 3개 연구단을 선정하는 데 이어 내년에 추가로 4개를 선정할 계획이다.
출연연에 글로벌 협력 연구조직을 만드는 WCI사업도 올해가 실질적인 원년이었다. 교과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에 각각 센터를 설립하고, 출연연 글로벌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이 실험이 성공을 거두면 국내 과학기술 경쟁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과학기술계를 뜨겁게 달군 출연연 개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26개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을 국과위 산하로 통합한다는 방향은 갖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변화는 최대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후 추진, 출연연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환경 개선을 우선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천안함 폭발사건의 원인 규명을 과학계가 주도하면서 과학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해보다 높은 한 해였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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