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도 나눔도 온몸으로 '그녀는 예뻤다'

2010. 12. 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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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이들 위해 직접 김장…돈 기부보다 보람 느껴

"올해의 선수? 욕심내니 보기…골프가 재밌어져"

LPGA 2관왕 최나연의 훈훈한 김장

"어디다 머리만 대면 금방 잠들어버려요.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요. 벌써 시차적응 다 됐어요."

일요일인 12일 오전 9시, 나눔행사를 위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아파트 집을 나서는 최나연(23·SK텔레콤)은 "그래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주시고, 찾아주시네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거머쥐고 지난 7일 오후 금의환향한 그는 나흘간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시상식, 후원사 자선바자회와 광고 촬영, 경기도 홍보대사 위촉식 등 그가 필요한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 기부보다는 몸으로 나눔 실천

영하의 날씨인 이날 평택시 애향아동복지센터를 찾은 최나연은 어머니 송정미(44)씨, 아버지 최병호(46)씨, 그리고 자신의 팬클럽 10여명의 여성들과 함께 김장 300포기를 담가주는 행사를 가졌다. 또 컴퓨터 10대를 기증해 2층에 번듯한 피시(PC) 룸도 만들어줬다. 마술쇼까지 곁들여졌다. 모두 4000만원 정도 든 자선행사다. "그동안 기부는 몇번 했는데 이번에는 저한테도 그렇고 아이들한테도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을 해주고 싶었어요. 근데 너무 보람 있고 즐겁네요."

이 센터는 최나연 후원사인 에스케이텔레콤 안지환 부장이 10년 동안 남모르게 돕던 곳인데, 그한테서 아이디어를 얻어 행사를 마련했다. 김장은 두번째 해보는 것이었지만 그는 능숙한 솜씨를 보여줬다. "기부하면 한 15분이면 끝나잖아요. 이것은 몇시간 동안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고요." 옆에 있던 아버지도 거든다. 큰 선물을 받은 김용숙(60) 원장은 "2010년 커다란 로또를 맞은 것 같다. 애들이 좋아할 것이다"라며 연방 싱글벙글했다.

■ 상보다 골프 자체가 좋아

골프 얘기로 돌아갔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면 '올해의 선수'까지 오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은 없었을까? "마지막날 1~2타 차이까지 선두를 쫓아가 욕심은 있었어요. 그런데 욕심내는 순간 바로 보기가 나더라고요. 올해 성적으로 보면 전혀 아쉬움은 없어요. 상과 타이틀도 의미는 있지만, 골프 치는 게 저한테는 더 중요해요. 상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 아닌가요. 거기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아요."

미국 투어 데뷔 3년 만에 2관왕에 오른 소감에 대해선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이제 겨우 한발 내디딘 것인데요 뭘. 앞으로 5년, 10년 더 계속 골프를 칠 텐데, 아직 이루려면 멀었어요."

■ 라이벌 신지애 의식 안 해

만날 치는 골프가 지겹지는 않을까 궁금했다. "미국 가서 골프가 더욱 재미있어졌어요. 눈떠서 집 나가면 바로 골프장이고, 마음대로 연습할 수 있고, 한국과 너무 다르더라고요."

라이벌 신지애(22·미래에셋)에 대해서 그는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애를 이기려고 골프한 것은 아니잖아요. 어려서 같이 시합도 다니고 했는데, 세계무대에서 이렇게 라이벌이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지애에게 가려 '2인자'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지애가 이기면 축하해주고, 제가 이기면 축하받고 싶어요. 좀더 진심으로 둘 다 응원해줬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저타수상 매년 받고 싶고, 올해의 선수 상도 가능하면 그렇게 됐으면 한다"고 했다.

■ 요리 취미, 주량은 소주 한병

골프 안 할 때는 무엇을 할까? "미국에 갔을 때 처음에는 밖에 나가는 게 싫었어요. 언어소통도 잘 안되고…. 그런데 지난해 6월 부모님이 한국으로 들어가시고 대회 혼자 다녔는데, 혼자 방에 있기 뭐하니까 그래서 취미 생활로 한 게 요리예요. 양파까기부터, 음식 만드는 게 취미였던 것 같아요. 닭볶음탕도 하고 찌개도 끓이고 재미있어요." 그의 주량은 소주 한병 정도. 기분 나면 더 마실 수 있다고 한다. 팬들이 붙여준 '얼짱'이라는 별명에 대해서 그는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예쁘다는데 싫다는 여자가 어딨어요. (얼짱이란 얘기) 즐기려고요."

■ 골프 교수가 꿈

건국대 체육교육과 4학년생인 최나연의 장래 꿈은 골프 지도교수다. "부모님은 강의하기를 원하지만, 저는 선수 육성하는 교수가 되고 싶어요. 서서 얘기하는 것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요." 그는 17일까지 각종 행사에 참여한 뒤 8일간 휴식을 취하고 27일 미국 올랜도로 가서 내년 시즌에 대비할 예정이다.

평택/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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