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SpecialⅠ] 규제완화·수도권 경쟁력 강화 '앞장'

2010. 12. 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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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개발연구원이 주목받는 이유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 환승 할인 제도, 광역급행철도(GTX), 시화호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양해각서(MOU),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공원 개발…. 경기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몇 년 사이 숨 가쁘게 내놓은 결과물들이다.

최근 경기개발연구원은 '수도권의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는 화두 아래 수도권과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제를 내놓고 있다. 지역 연구원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경기개발연구원을 찾았다.

서울·인천·경기도를 아우르는 수도권은 면적만으로는 전국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로는 48%, 국내총생산(GDP)의 50%(2008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이런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에 수도권 규제와 지역 균형 개발론이 끊이지 않고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개발연구원의 좌승희 원장은 "전국을 똑같이 'n분의 1'로 평평하게 나눠서 균형 발전한다면 어떻게 세계의 유수 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그는 "도시가 잘되면 시너지 효과가 농촌으로 퍼집니다. 또 농촌은 도시에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상생해야 합니다. 경기도가 잘되니까 이제 충청도도 발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경기도가 잘되려면 서울이 잘돼야 합니다.

도시는 금융·서비스, 도시 인근에는 제조업, 외곽에는 농촌 식으로 1, 2, 3차산업을 갖추고 자족적인 발전이 가능한 것이 '메가시티(mega city)'의 개념입니다. 서울·인천·경기·충청·강원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고 영남과 호남도 각각 하나로 묶어 세 개의 메가시티로 발전시켜야 영·호남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좌 원장이 말하는 이른바 '신(新)삼국론'이다.

신삼국론에서는 각 권역이 하나의 국가처럼 자급자족적인 기능을 갖추면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경기개발연구원이 경기도와 함께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특별시·광역시는 도시 기능만 존재하고, 도 단위에는 공업·농업·어업·산 중 일부만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는 도시·생산시설·농업·산지·바다 등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이 아닙니까."

이런 철학 때문인지 서울·인천이 제각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때 서울·인천·경기도의 통합적인 기능을 연구한 것은 경기개발연구원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 환승 할인제가 실제 정책으로 실현된 것이다. 당시 경기개발연구원 조응래 교통정책연구부장(현 부원장) 등 10여 명의 연구원이 도청 내 버스개선추진단에 파견돼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대중교통과 관련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GTX(Great Train eXpress:광역급행철도)다. '서울시가 제안한 대심도 도로와 비교해 어떤가'라는 질문에 좌 원장은 "메가시티의 기능을 살리려면 경기도 내 어떤 지역에서도 서울까지 30~40분 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속열차를 이용하고 정차역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자동차용 도로를 만들면 정체로 인해 단시간 내 접근성이 떨어지고 사고 시 처리가 곤란합니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친환경적 개발과 맞아떨어집니다"라고 답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연구하고 경기도가 제안한 GTX는 현재 국토해양부로 이관돼 사업 검토 중이다.

지역적으로 포괄적이라는 특성 외에 연구 범위도 포괄적이다. 대개 연구소라고 하면 경제·금융·산업·도시계획 등 특정 분야만 연구하지만 경기개발연구원은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 연구원의 주요 부서를 살펴보면 자치행정연구부, 도시·지역계획연구부, 교통정책연구부, 환경정책연구부, 경제사회연구부, 수도권정책센터, 팔당물환경센터, 통일·동북아연구센터, 의정연구센터, 문화관광연구센터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최근 메가시티 전략에 따라 경기개발연구원이 꾸준히 수도권 규제 완화에 힘쓴 결과 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김은경 연구위원에 따르면 "민선 4기(2006~2010년) 들어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경기 지역에 190개 기업이 4조8262억 원을 투자해 8조7426억 원의 생산과 3조4701억 원의 부가가치, 7만80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성장관리권역 및 과밀억제권역 기업 입지 허용 확대,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 공장 총량 및 공업용지·산업단지 제도 개선 등이 그 내용이다. 좌 원장은 "경기도의 경쟁력이 곧 한국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도시가 발달해야 서비스산업이 발달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또 도시 접근성이 좋은 곳에 생산 시설을 지어야 도시의 뛰어난 인재들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도시 그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의 경쟁력은 '도시'가 아니라 '도시권'의 경쟁력입니다. 일본의 도쿄권, 중국의 베이징권, 영국의 런던권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경기도를 전략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연구원은 메가시티 전략과 함께 '메타시티(meta city)'라는 서해안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만(灣)을 산업·관광과 연계해 대(對)중국 전략 기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전남 무안에서 경기만까지는 앞으로 대단히 중요한 경제적 기능을 할 겁니다.

중앙정부도 초광역 개발로 서해안을 개발 중입니다. 더욱이 서해안 관광은 중국의 고소득층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바다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기 힘들지 않습니까. 더구나 교역·무역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경기만입니다.

중국의 동해, 한국의 서해가 경제적으로 통합되면 또 하나의 메가시티가 생기는 셈인데, 국경을 넘는다고 해서 '메타시티'로 불립니다. 이미 파리·런던이 하나의 권역이 됐고, 스웨덴과 덴마크도 국가 간 터널로 통합돼 있습니다."(좌승희 원장)

'메가시티' 전략에 이은 '메타시티' 전략

경기개발연구원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10월 경기도는 안산시·시흥시·화성시와 함께 시화호 조력발전소에서 '시화호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해양 레저 메카를 만들기 위한 계획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 MOU는 경기도의 서해안 일대 개발 계획인 '서해안 골드코스트 프로젝트'와 안산·시흥·화성 3개 시가 추진 중인 시화호 발전 계획을 모두 수용한 발전 전략이다. 이에 따르면 2020년까지 시화호 워터콤플렉스 사업을 위해 총 1698억 원이 투입되며 사업이 완료되면 수륙 양용 버스, 수상 비행장 등 다양한 해양 관광시설을 조성하고 대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상 호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서해안을 중심으로 한 경기 서부 발전 전략 외에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북부에 대한 발전 전략도 수립 중이다. 양평·팔당을 중심으로 한 경기 동부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이뤄지기 힘든 지역이지만 오염 총량제를 통해 물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농업·관광을 연계한 친환경·생태 중심으로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경기 북부는 군사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과거부터 규제에 꽁꽁 묶인 지역이 많았다. 좌 원장은 "군사 규제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주민보다 군 위주의 규제가 아니라 주민 쪽에서 합리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을 직접 겪어본 예비역 장성을 주축으로 민·군 정책팀을 만들어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라며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남북 분단의 산물인 비무장지대(DMZ)를 세계적인 생태 관광 명소로 바꾸기 위한 연구도 진행형이다.

유네스코 생물보전권 지역 지정, 그리고 통합적 관리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해외 접경 지역 전문가와 국내 DMZ 관계 기관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발 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수시로 여는 등 연구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 △경기도 경제·사회·문화 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정책 지원 △수도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메가시티 전략 제시 △동북아 메타 경제권 구축 및 발전 전략 구상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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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

"지자체 연구원의 한계를 깰 겁니다"

2006년 7월부터 경기개발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좌승희 원장은 1973년 한국은행 입사 후 미국 UCLA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취임 이후 연구원에 변화된 점이 있습니까.

경기도는 그간 수도권 규제로 꽁꽁 묶여 있었습니다. 또 한국은 아직 중앙정부의 힘이 너무 커 지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틀을 좀 깨 보자는 의미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힘을 기울였고, 국가정책에도 문제 제기를 해 보자고 했습니다.

지방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중앙에서 들어주지 않으니 세미나를 세종로에서 열었습니다. 옛날 나라에 고할 일이 있으면 상소를 올린다는 심정으로 학자들을 모셔 놓고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산업 유치·관광 개발 등의 큰 그림 외에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위한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가장 잘 알려진 예로 수도권 대중교통 환승 할인제처럼 교통 수요자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만들어 냈습니다. 환경팀은 저탄소 녹색 도시를 위한 연구를 하고 도시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발하는 방법과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손꼽아 말하기 힘들 정도로요.

경제학자로서 한국 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보십니까.

조금 걱정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을 하고 정책을 만든다면 말입니다. 이른바 포퓰리즘인데, 경제의 역동성·성장·발전이 없으면 어떤 복지나 삶의 질 향상도 없습니다. 대기업·부자가 줄면 한국이 선진국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앉아서 나눠 먹는다고 선진국이 되지 않습니다. 부의 증대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대기업의 문제는 법을 준수하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부가가치 생산능력이 떨어집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 모두가 적어도 지금의 3배 이상의 경제적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최근 집필한 '대한민국 성공경제학'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흥하는 이웃'이 많아야 합니다. 흥하는 이웃을 배우고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흥하게 됩니다. 모두가 평등하자고 하면 결국 모두가 망합니다.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도 결국 개인 신용과 상관없이 '누구나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평등주의 때문에 일어난 겁니다.

이를 국가적으로 확대하면, 흥하는 기업을 우대하고 앞세움으로써 다른 모든 기업들에 동기를 부여해 발전 대열에 동참시키는 것이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길입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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