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8만가구 승인' 숫자놀음에 빠진 정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었나.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게 아닌가 싶다."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29일 서울 양원, 하남 감북을 4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하자 시장전문가들과 수요자들은 이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1만6000가구밖에 안 되는 상대적으로 적은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구태여 4차 지구를 서둘러 지정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 4차 지구 발표 왜 서둘렀나 = 이번 4차 지구는 물량이 적은 데다 기존 지구와 별다른 차별성이 없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당초 계획과 한참 거리가 있다. 1만4000가구가 들어설 하남 감북지구는 지난 3차 지구인 하남 감일과 맞닿아 있다. 하남 지역에서는 지난 1차 시범지구 때 미사지구도 있었기 때문에 '하남=보금자리 주택촌'이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공급 과잉을 염려해야 할 정도다.
하남시에는 미사 외에 감일, 감북에다 인근 위례신도시까지 합치면 5만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서울 양원지구는 동북부권에 속해 있어 하남 감북에 비해선 차별성이 있지만 공급물량은 2000가구에 불과하다. 하남시 덕풍동에 사는 오철주 씨(54)는 "싼 주택이 공급되는 것은 좋지만 임대주택촌이라는 안 좋은 평가가 따라 붙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지구 쏠림 현상이 가중되는 건 지난해 8ㆍ27대책에서 내세웠던 '그린벨트 내 연간 8만가구씩 2012년까지 총 32만가구 공급'이라는 고정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계획대로 하고 물량을 비축해 놓아야만 부동산시장 과열 시 사전예약 물량을 늘려 시장을 가라앉힐 수 있는 순기능이 많다"고 말했다.
◆ 연 8만가구는 사업계획 승인일뿐 = 국토부는 이번 4차 지구 공급물량을 1만6000가구로 지난 1~2차에 비해 반 이하로 줄이고 사전예약 미실시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연 8만가구 공급 목표를 채우는 데는 전혀 변동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4차 지구 물량이 줄고 사전예약까지 없으면 공급량도 줄어들어야 마땅한데 왜 공급 목표에 차질이 없다고 할까. 이는 민간시장과 달리 보금자리 주택청약에서 정부가 밝히는 공급물량이 실제 수요자에게 공급되는 사전예약이나 본청약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은 공급 실적을 계산할 때 실분양 주택실적을 기준으로 삼지만 정부의 보금자리는 지구 지정, 지구계획 등 절차를 걸쳐 진행하는 사업계획 승인이 그 기준이 된다.
올해 정부가 수도권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실제 청약물량으로 공급한 가구 수는 2차 지구(1만8511가구), 3차 지구(4758 가구), 위례신도시(2350가구) 등 2만5619가구에 그친다.
올해 실시계획 승인이 난 2ㆍ3차 보금자리지구에다 조만간 승인이 예정된 광명 시흥까지 합치면 8만가구 공급 달성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 지역 간 보상체계 달라 논란 = 공급 가구 수 채우기에 급급한 정부의 보금자리 정책은 곳곳에서 마찰음을 발생시키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부터 실시계획 승인까지 모든 권한을 국토부가 쥐고 있어 지자체와 갈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실시된 3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서 성남 고등지구가 제외된 점이다. 또 광명 시흥은 지구계획 확정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빠졌다.
지구 지정만 서두르다 보니 보금자리 지역 간 보상체계도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상이 완료된 지구는 1차 시범지구 중 서울 강남과 서초 단 2곳뿐이다. 1차 시범지구인 고양 원흥은 현재 보상이 진행 중이며 하남 미사는 보상 착수를 준비 중이다. 강남ㆍ서초 지구에 대해선 '2개월 채권, 그 이후 현금보상' 방법이 적용됐지만 그 이후 바뀌었다.
지난 7월 보상에 착수한 고양 원흥지구는 채권보상기간이 3개월로 기존 지구보다 그 기간이 1개월 연장됐다. 현금 보상 시기가 1개월 늦춰진 것이다. 조만간 보상에 착수할 하남 미사는 채권보상기간이 6개월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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