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주민들 "여기도 불안" 피란행렬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나흘째인 26일. 서해 최북단에 자리잡은 백령도 용기포 부두는 뭍으로 떠나려는 주민들로 아침부터 분주했다. 안전상 통제되던 여객선 운항이 재개된 지 이틀째여서 부두에는 묘한 긴장감마저 흘렀다.

속속 인천항으로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주민들이 26일 인천항에 도착하고 있다. 백령도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해상에서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군의 재도발을 염려해 백령도를 떠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커다란 배낭을 진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사람들은 두 손에 봇짐과 가방 등을 들었다. 주름살이 가득한 70대 노부부, 아이 둘을 품에 안은 젊은 엄마까지 얼굴에 불안함이 비쳤다. 뭍으로 놀러 나가는 줄로만 아는 몇몇 아이들만 천진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인천으로 가는 배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올라타기 시작했다. 혹시 자리가 없을까 뒷줄에서 불안해하는 사람들, 섬에 남아 있는 남편을 향해 눈물을 보이는 40대 여성….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은 이미 '피란선'으로 변해 있었다. 주민 문모씨(40)는 "북한에서 또 포탄을 때릴까봐 불안해서 쇼핑백 하나에 옷가지 몇 개만 챙겨서 나왔다"면서 "일단 이번 주말에는 나가 있을 거다. 언제 돌아오게 될지는 모르겠다"며 배에 올랐다.
백령도는 북한의 포격을 당한 연평도에서 서쪽으로 약 150㎞ 떨어져 있다. 북위 37도 52분으로 서해 최북단이다. 28일부터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될 경우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터라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했다. 이미 학교는 다음주 월요일까지 임시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고교생 최모군(18)은 "주말에 무슨 훈련도 한다고 하고, 겁이 나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먼저 인천으로 나간 부모님을 만나 친척집에서 머물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항을 알리는 고동 소리가 길게 울렸다. 배에 탄 200여명 중 127명이 백령도 주민이었다. 배편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떠나는 배를 보면서도 부두를 쉬이 떠나지 못했다. 일부는 선착장 관계자들에게 "배에 빈 자리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왜 안 태워주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래 하루 두 차례 운항되던 백령도~인천 간 여객선은 이날부터 한 차례로 줄어들었다. 연평도 사태로 뱃길을 우회해 2시간 더 긴 안전항로를 택하게 되면서 배편이 줄었다. 불안한 주민들이 중복 예약을 하는 바람에 승선표 매진 사태를 빚었다. 실제로는 자리가 몇 개 남았지만 해운사는 추가로 승객을 받지 않았다.
공사작업을 위해 백령도에 왔다가 발이 묶인 김성식씨(40)는 "공사를 마치고 어제부터 나가려 했는데 어제도 매진, 오늘도 매진이라고 해서 못 떠났다. 불안해서 빨리 뭍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알고 보니 오전 배도 중복예약 취소로 자리가 있었다던데, 사람들 심정을 고려해서 여행사에서 예약시스템이 빨리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백령도에 남은 이들은 불안한 가운데서도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방공호에서 2~3시간 대피훈련을 한 뒤 생활로 돌아와 TV 뉴스 등을 통해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백령도에서 평생 살아왔다는 주민 최모씨(51)는 "연평도 사건 이후 평소보다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에도 훈련상황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토박이 중에는 머물러 있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 백령도·인천 | 주영재·박송이 기자 >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미 서해훈련 새 '뇌관'
- 새 국방장관에 김관진 내정
- 험악한 남북·팽팽한 주변4강.. 위기 치닫는 한반도
- 북 "南 포병부대 정확히 타격".. '조준 포격' 첫 시인
- 북 도발 속수무책 불만.. 군 개혁·대북 강경대응 예고
- [단독]“불교계 눈물나게 고마워”···‘1박 90만원’ 부산 BTS 공연 바가지 숙박비에 절에서 팔
- 배우 김규리씨 주택 침입해 강도질 40대 검거
- 뉴스타파 “김두겸, 취재진 폭행”…김두겸 “사실 왜곡, 고발할 것”
- ‘삼전·닉스’ 6억~7억 성과급 풀리면, 동탄 집값 들썩일듯
- 삼성전자 성과급 6억원이면 실수령은 얼마?···세금만 2억4700만원 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