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역사속 명저 산책]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010. 11. 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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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톨스토이가 임종을 맞았을 때 그의 옆에는 단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가 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는 동시대를 살았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같은 러시아인이자 추종을 불허하는 대가였지만 문학세계와 삶은 너무도 달랐다. 톨스토이 문학이 자연적인 건강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은 병적이고 도시적이었다. 톨스토이가 부와 명예를 얻는 동안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유형지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도박장을 전전해야 했다.

이렇듯 다른 운명을 살았음에도 톨스토이는 "세상에 있는 책 모두를 불 질러버리더라도 도스토옙스키는 남겨놓아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를 흠모했다. 톨스토이뿐만 아니다. 카뮈, 카프카, 헤세, 헤밍웨이, 마르케스를 비롯해 자신의 문학적 입지 중심에 도스토옙스키가 있음을 시인한 작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왜 그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인간에 대해, 인간 존재의 비극성에 대해 그렇게 치밀하면서도 거대하게 조망한 작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가장 도스토옙스키적인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번뜩이는 그의 예지와 고뇌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평생 운명과 싸운 작가답게 그는 작품 속에서 이렇게 외친다.

"내 일평생에 대해 스스로를 응징하노라. 내 일생을 벌하노라." 소설에는 5명의 문제적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탐욕스럽고 방탕한 노인이고 큰아들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닮아 음탕하지만 고결함을 동경하는 순수도 함께 지니고 있다. 둘째 아들 이반은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으로 "천국행 입장권을 반납하겠다"고 말하는 무신론자이자 허무주의자다. 셋째 아들 알렉세이는 수도원에서 신앙의 길을 걷는 매우 종교적인 인물이다.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는 아버지 표도르와 백치여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간질을 앓고 있다. 묵묵한 머슴처럼 보이지만 표도르에 대한 뿌리 깊은 분노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표도르와 장남 드미트리는 그루센카라는 여인을 두고 서로 증오하게 된다. 표도르가 아들의 연인인 그루센카에게 연정을 품으면서 촉발된 반목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고 어느날 표도르는 죽은 채 발견된다. 무신론자인 이반에게 영향을 받은 스메르자코프의 소행이었다. "신이 만든 세상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인간은 모든 걸 용서받을 수 있다"는 이반의 말에 세뇌된 스메르자코프가 아버지를 죽인 것. 하지만 스메르자코프는 간질 발작 때문에 혐의에서 벗어나고, 아버지와 크게 반목했던 드미트리가 살인범으로 체포된다. 결국 스메르자코프는 자살하고,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증오했던 마음의 죄를 인정하듯 순순히 20년형을 선고받는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줄거리 구도 속에는 정신과 육체, 무신론과 유신론 등 대립하는 가치들 간의 갈등이 속속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행위나 논쟁 속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이 파편처럼 녹아 있다.

'죄와 벌'에서도 알 수 있듯 도스토옙스키는 인간 영혼에 가장 가까이 간 작가다. 인간 내면의 온갖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곧, 인간 모순과 정면으로 맞닥뜨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산다는 것이 바로 모순일지도 모른다. 그의 외침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삶을 너무도 사랑하노라. 너무 사랑해서 추잡할 정도였노라. 삶을 위해 마시자. 삶을 위하여 건배." [허연 기자 @heoyeonism(트위터 계정)] [화보] '정신병' 군면제 박해진, 호빠시절 사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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