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음달 전기차 상용화, 전력업계 '초비상'

김경원 기자 2010. 11. 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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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경원기자][전기차 한 대 전력 소모량 소형 주택 한 채 수준, 전력 과부화 우려]

↑닛산의 전기차 '리프'

'무더운 여름 오후, A씨는 전기차를 타고 퇴근한다. 집에 도착한 그는 우선 에어컨을 튼다. 습관적으로 PDP TV를 켜고, 냉장고에 얼린 칵테일을 꺼내 마신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저녁을 차려 먹은 뒤, 가정용 충전기로 차량 배터리를 충전한다.'

오스틴 에너지의 칼 로바고 부회장이 밝힌 전기차 상용화의 '최악 시나리오'다. 그는 "전력소모량 기준으로 볼 때 동네에서 전기차 한두 대가 늘어나는 것은 또 하나의 가구가 늘어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미국에서 본격 개막하는 전기차 상용화 시대를 앞두고 전력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첫 '풀' 전기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닛산 리프가 다음달 캘리포니아, 워싱턴, 애리조나 등 5개주에서 판매에 들어가고 곧이어 제너럴모터스(GM)의 야심작 볼트도 출시된다. 문제는 이들이 '전기를 먹는 가전제품'이라는 점이다.

닛산에 따르면 리프는 100마일(160㎞) 운행당 3만4000와트/h의 전력이 소요된다.이는 가정에서 240볼트 콘센트를 이용, 배터리를 6시간 충전해 사용하도록 매뉴얼에 적혀 있다. 리프의 연비는 미 환경보호국(EPA) 기준 99mpg로 일반 도로 주행을 가정하면 연간 전기비용은 561달러(약 63만원)로 추정된다.

충전시 전력 소모량은 리프, 볼트 공히 3000와트이다. 이는 미국 소형 주택이 소모하는 양과 맞먹는다. AP 통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중산층 가정의 경우, 에어컨을 쓰지 않는다면 하루 최대 전력량이 3000와트를 넘지 않는다. 닛산과 GM은 배터리 성능 개선에 따라 이 규모를 6600와트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더구나 전기 스포츠카를 만드는 테슬라는 이 규모를 1만6800와트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60와트 백열전구 280개의 전력소모량과 맞먹는다.

전기로 1만마일을 이동하려면 평균적으로 시간당 2500킬로와트의 전력을 사용하게 된다. 여기서 소모되는 전력은 미국 가구의 평균 연간 전력소비량보다 약 20% 더 많다.

이를 고려하면 전기차의 등장은 대부분 지역단위의 소규모로 운영되는 미 전력회사들에게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60년대 각 가정마다 에어컨을 들여놓기 시작하며 일어난 과부하, 정전 사태가 재연되는 최대 '쇼크'가 될 까 우려한다.

이에 따라 전력회사들은 변압기 등 각종 장치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결코 적지 않아 전력회사들의 걱정은 깊어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으로 새로운 틈새시장에서 성장이 둔화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이다.

듀크 에너지에서 전기차 계획을 담당하는 마이크 로완드는 "아마도 에어컨 도입 때와 같은 큰 기회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력회사들은 전국에 수십만대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분한 발전소와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전력 과부하를 우려하는 것은 전기차가 상용화 초기에는 특정 지역에만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명 '클러스터링(집적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통신은 일명 '전기차 클러스터'로 유력한 지역을 3가지로 제시했다. 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 또는 시, 날씨가 온화한 지역, 환경 의식이 투철한 고소득자들이 사는 곳 등이다.

프로그레스 에너지는 전기차 클러스터가 롤리, 애슈빌, 올랜도 등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듀크 에너지의 경우 샬로트와 인디안폴리스를 전기차 클 러스터 유망지역으로 꼽았다. 이들의 전망에 따르면 텍사스 인근은 전기차의 '핫 스팟'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다코타와 몬타나에서는 전기차를 보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전기차 쇼크'에 겁을 먹은 전력회사들은 대책에 착수했다. 전력회사의 전 기차 담당 팀들은 닛산과 시보레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전기차 클러스터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 해 토요타의 프리우스 등 하이브리드카의 구매 패턴을 관찰하고 있다.

전력회사들은 이러한 자료 등을 토대로 전기차 집적 장소에서 회로 과부화 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회사들의 바람은 운전자들이 비교적 전력 소모량이 적은 늦은 저녁에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이다.

테드 크래버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SCE) 최고경영자(CEO)는 "초기 구매자들 은 약간의 불편을 참고 견딜 것"이라며 "이들이야 말로 전력회사들이 최선 을 다해 비위를 맞춰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대중화 이후 전력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SCE에 따르면 동네의 변압기를 교체하려면 약 7000~9000달러의 비용이 든다. 전력업체들은 정부 승인을 받은 후 요금 인상으로 이 비용을 보충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전력업체들이 전기차 상용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너무 빠른 대중화'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업체들은 전기차 비용이 현재보다 인하되고, 공공의 충전소가 충분히 갖춰졌을 때 전기차 구매가 늘어나길 바란다.

향후 2년간 충분한 준비를 통해 전력 과부하로 인한 사고를 최소화한다면 모멘텀은 훨씬 빠르게 찾아올 것이라는 게 전력업체들의 주장이다.

듀크에너지의 로완드 이사는 전기차를 아이를 갖는 일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아이를 갖게 되면 행복하지만 동시에 더러운 기저귀를 가는 등 허드렛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부분은 충분히 준비된 시점에서 아이를 갖길 바랄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전기차는 전력회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상용화는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미 정부는 외국산 휘발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고 있다. 의회는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7500달러의 세금 혜택을 제공하며, 일부 주와 시는 총 8000달러에 달하는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로써 리프는 3만3000달러에, 시보레 볼트는 4만1000달러에 팔리게 된다.

머니투데이 김경원기자 dam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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