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식·김성녀·김종엽 고별무대 서는데..뒤이을 놀이꾼 어디 없소?

박주연 기자 2010. 11. 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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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풍자·해학으로 대중과 소통’ 마당놀이 30년

연말 단골 공연 장르인 ‘마당놀이’가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1981년 극작가 김지일과 ‘마당기획’ 대표인 기획자 이영윤이 창사 20년을 맞은 문화방송과 손잡고 마당놀이 <허생전>(연출 손진책)을 선보이면서 마당놀이라는 개념이 처음 정립됐다. 마당놀이는 기성연극계를 바탕으로 진보적 연극운동으로 이루어진 ‘마당극’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마당극이 군부독재 시절 강한 사회비판성과 민중지향성을 보인 데 비해 마당놀이는 전통 설화나 판소리 등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로 노래와 춤, 이야기가 강조되면서 더불어 같이 ‘논다’는 개념이 강하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 일각에선 상업화한 마당놀이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풍자나 정부비판이 엄격히 금지돼 언로가 통제되던 시대, 마당놀이는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카타르시스를 줬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마당놀이 표를 받으려는 관객들이 문화체육관 앞에서 예원학교 앞까지 길게 줄을 선 풍경이 매해 연출됐다. 연극평론가 김방옥(동국대 교수)은 “1970~80년대 정치적 억압 속에서 전통탈춤과 접목해 성행한 마당극이 190년대 초 문민정부 탄생과 함께 시들해진 상황에서도 마당놀이는 마당극이 지닌 전통적인 측면과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을 대중문화적인 코드로 풀어내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30년을 맞는 올해를 기점으로 마당놀이는 새로운 전환점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마당놀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3인방 스타 윤문식(67), 김종엽(63), 김성녀(60)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의 스타성을 계승한 놀이꾼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10년 이상 유지되는 예술사조가 드문 속에서 30년을 장수한 마당놀이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3000회 돌파, 매년 20만명 관객 동원= 마당기획과 문화방송이 손잡고 공연한 마당놀이는 1984년까지 무료공연이었다가 1985년 공연인 <방자전>부터 입장권을 유료화했다. 갑작스러운 공연 유료화로 객석이 텅 빌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의외로 암표상까지 등장하는 등 마당놀이의 인기는 계속됐다. 배우들이 걸쭉한 사투리로 풀어내는 풍자와 해학, 또 사또가 말을 타고 나올 때 말 몸통 아래로 배우의 발이 보인다거나, 포졸이 순찰용 자전거를 타고 등장한다든지 등의 당시로서는 기발한 소품 및 아이디어가 펼쳐지면서 객석은 빵 터졌다. 이는 마당놀이가 30년간 장수한 비결이다. 7회 공연인 1986년에 연출가 손진책이 극단 ‘미추’를 창단하면서 윤문식·김성녀·김종엽 등이 합류했고 자연스럽게 현재의 구도가 형성됐다. 이후 미추와 문화방송은 89·99·2002년 3차례에 걸쳐 따로 공연을 했고, 2008년 또다시 결별하면서 지금까지 서로 다른 마당놀이극을 선보이고 있다. 손진책 연출로 공연한 횟수만 따지면 지금까지 3024회 공연에 연간 2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

연극평론가 이상일(성균관대 교수)은 “마당놀이를 하는 극단이나 배우 등이 한정돼 있는 등 정체된 느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앞으로는 시대조류에 맞게 마당놀이 형식과 내용의 저변을 더 확대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예술양식으로 확고히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전통극만 소재로 삼을 게 아니라 군부독재 시대의 캐릭터, 오늘날의 부자들, 주요 20개국(G20) 각국 원수 등을 가지고 노는 것도 마당놀이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어떤 작품 선보이나= 미추와 문화방송은 각각 <마당놀이전>과 <평강온달전>을 내놓았다. <마당놀이전>은 그동안 공연된 마당놀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던 춘향전, 심청전, 이춘풍전, 변강쇠전, 홍길동전 등 대표작들의 해학과 풍자 요소들을 메들리로 엮은 작품이다. 마당놀이에 청춘을 다 바친 3인방의 고별무대인 만큼 그동안 관객들과 함께 웃고 울던 대표작들을 한 무대에서 보여주자는 취지이다. 27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 특설무대에서 공연된다. (02)747-5161

지난 19일 개막한 문화방송의 <평강온달전>(민복기 연출)은 <삼국사기>의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온달과 평강공주의 인물적 해석을 달리하여 재기발랄한 새로운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원기준, 강지우, 안유진 등 신세대 뮤지컬 배우들과 김보화, 강성범 등 코미디언 출신들이 주역을 맡았다. 12월21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 특설무대에서 공연된다. (02)368-1515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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