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시간여행] "오빠 대학 졸업시키고 좋은데 시집가야죠.."

경향신문 영상미디어국 연출 안소정 / 프로듀서 신훈승 2010. 10. 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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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설이 서럽지 않아요"

부모 여읜 후 두 동생과 갖은 고생

- 봉제공 조경숙 양

1992년 2월 기사에는 봉제공으로 일하면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소녀 가장 조경숙양(19)의 이야기가 소개 돼있습니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사기를 당해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게 된 가정환경 탓에 중국음식점, 봉제공장을 전전하며 돈을 벌어 두 동생을 거두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양의 소원은 가난 때문에 학교를 마치지 못한 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3남매가 모여 살 수 있는 방 한 칸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 11살때부터 동생들을 부양한 소녀가장 조경숙양(우), 국민학교를 중퇴한 동생 경희양(좌)과 성규군은 학업을 계속할 준비를 하고 있다. <1992.2.2>

구로 공단 여공 김미자양 "천오백만원 모아 4년 뒤 시집갈래요"

1984년 중소전자부품제조회사에 입사해서 생산직사원으로 일해 온 김미자양(23)은 직장 생활 5년 만에 '일하며 배우며 저축한다'는 생활 신념으로 8백만원을 모은 억척생활인이었습니다. 전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김양은 월급의 3분의2 이상을 저축하고 8만원의 돈으로 한 달을 꾸려가며 돈을 모았습니다. 거기에다 고향에 있는 고등학생 남동생 둘과 중학생 여동생의 등록금도 꼬박꼬박 대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주경야독 끝에 야간고등학교를 이수해 어엿한 고졸 학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해 1,500만원을 모아 부모님의 도움 없이 결혼하는 것이 꿈이라며 수줍게 웃는 김양의 마음이 예뻐 보였습니다.

▲ 구로 공단에서 공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미자양 <1989.1.6>

100억불 수출 역군…여공들의 송년(送年)합창 "보람찬 한 해 였어요"

"1980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어요. 내가 짠 쉐터를 입은 사람들이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 속 깊은 구석부터 뿌듯해옵니다." 여공원으로 일하고 있는 K산업의 윤점선양(23)의 말처럼 공원들의 가슴에는 한결같이 1백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의 보람과 긍지, 그 가운데 겪어야 했던 깊은 고뇌가 있었습니다. R사의 정현숙양(21)은 외국 업체와의 선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공원들이 추위와 피로, 잠을 견디며 철야작업을 벌였던 기억을 회상했습니다. 수출 백억 달러 목표 달성의 공신이자 산업의 역군들인 공원들의 한 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이들은 작업환경의 개선과 휴일제 엄수 등을 소망하며 새해에는 더 많은 땀을 흘리리라 다짐했습니다.

▲ 철야 작업 중 자신이 만든 옷감을 들어보이는 여공원의 모습 <1980.1.3>

골방에서 하루 16시간 노동

1970년 10월 기사를 보면 나이 어린 여공들이 좁은 방에서 하루 최대 16시간이나 고된 일을 하며 보잘 것 없는 보수에 직업병까지 얻어 힘든 날들을 보냈다고 합니다. 서울 시내 청계천 5~6가 사이의 평화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싱사, 재단사, 조수 등 2만7천여 명이 건평 2평 남짓한 공간에 재봉틀 등 기계와 함께 15명씩 일하는 작업환경에서 혹사당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작업장 1층을 아래, 위로 나눠 높이가 겨우 1.6m밖에 되지 않아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이며, 불빛이 너무 강해 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 좁은 공간에서 옷감과 엉켜 일하는 평화 시장 여공원들 <1970.10.9>

구로공단 여성근로자 위해 대규모 기숙사 건립

1979년 영세 근로자 가정용 임대 아파트 단지가 경기도 시흥군 철산리 일대에 건립되었습니다. 구로공단의 미혼여성 근로자들이 입주할 대규모 기숙사는 대형복도식으로 한 방에 2~3명씩 수용하고 구로공단 내 입주 업체들과의 협의에 따라 최소 3년 이내에 분양되었습니다.

▲ 기숙사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여공원들 <1979.4.30>

구성 박인혁 한미진 / 프로듀서 신훈승 shs@khan.co.kr

자료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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