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가구 맡은 민간업체 "수익성 없다" 손들어
세종시 사업에 참여 중인 민간 건설사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가면서 세종시의 '밑그림'마저 흔들릴 위기를 맞고 있다. 늦어도 연말까지 분양에 들어가지 않으면 관공서가 이전해도 주거공간이 부족해 '주택대란'이 불가피해진다. 이 같은 상황은 주택시장이 얼어붙어 당초 예상보다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게 주된 원인이다. 또 정부의 세종시 사업이 원안-수정안-원안을 되풀이하며 갈지자 행보를 하는 바람에 시간을 끈 것도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 우려되는 주택대란 = 세종시에 들어설 주택은 모두 2만여가구다. 이 중 민간 건설사들은 2012년 말까지 1만2000여가구를 짓기로 돼 있다. 나머지는 이달 말 분양에 나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첫마을 단지 7000가구'를 비롯한 공공부문 물량이다.
세종시에 조성될 20층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데 필요한 기간은 최소 27개월이다. 각종 인허가와 설계-착공-완공에 걸리는 최소 기한이다. 결국 민간업체가 올해 안에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 2013년 상반기까지 세종시에 공급될 주택은 공공부문이 짓는 7585가구뿐이다.
문제는 세종시 주택수요다. 2013년 상반기 중 세종시의 주택수요는 1만1000가구가 넘는다. 세종시로 이전할 30개 정부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8255명과 16개 공공기관 종사자 3353명을 합쳐 1만1608명이 2013년부터 세종시에 거주하게 된다. 절대수요만 계산해도 주택 4000여가구가 모자란다.
여기에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체 직원, 상업시설 종사자를 감안하면 2만가구는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 LH의 분석이다. 민간 건설업체가 짓기로 약속한 물량만큼 주택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수익성과 수요 부족이 문제 = 민간 건설사들의 최대 고민은 수익성이다. 아파트를 지어봤자 분양가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LH에서 분양받은 땅값은 3.3㎡당 280만~360만원 선이다. 여기에 건설비 및 인건비, 각종 금융·부대비용을 합치면 분양가는 최소 3.3㎡당 850만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LH가 이달 말 분양하는 세종시 내 첫마을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650만원 선이다. 같은 곳에 짓는 아파트값이 3.3㎡당 200만원 차이가 나는데 분양성이 있겠느냐는 얘기다. 이 같은 원인은 기본적으로 당초 토지 공급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주택건설협회 김의열 진흥실장은 24일 "아무리 계산해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지금 분양에 나섰다가 분양이 안되면 업체별로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수요가 뒷받침되느냐도 이들 건설사의 고민이다. 2013년까지 세종시에 거주할 공무원 및 공공기관 종사자는 1만1608명이지만 실제로 주택 구매 수요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행정안전부가 이전 대상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 거주 희망 여부를 묻는 조사에서 52.3%만이 가족 모두 세종시 또는 대전시로 이주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결국 실제 필요한 주택수요는 6000여가구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자칫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만 믿고 달려들었다가 대규모 미분양이 초래되면 뒷감당이 안된다는 고민도 있다. 또 최근 분양시장 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땅값과 건축 및 금융비용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김 실장은 "현재 분위기상 쉽게 분양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며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정책사업이라고 해서 분양을 강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김종훈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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