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자 흙 먹으며 수행한 동굴은 물에 잠기고..

2010. 10. 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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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쓰촨성서 무상선사 고행수도 현장 확인

지난 16일 오전 중국 쓰촨(四川)성 네이장(內江)시 쯔중(資中)현의 천곡산(天谷山) 골짜기.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하천 오른쪽의 방죽길을 따라 30분쯤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니 맞은편에 석벽이 눈에 들어온다. 석벽 아래에는 높이 2m,폭 50m가량의 자연동굴이 있는데,동굴 안은 물이 가득 차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동굴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 모양의 석상 두 기가 물에 잠긴 채 머리만 내놓고 있다. 동굴 천장과 벽면에는 작은 불상들이 조각돼 있고,동굴 입구에는 향을 피운 흔적이 뚜렷이 남아있다. 이곳이 바로 신라 왕자 출신으로 중국 선종의 맥을 잇고 정중종을 세운 무상선사(無相禪師 · 684~762)가 수행했던 어하구(御河溝)다. 동굴 옆에는 석벽에 조성해놓은 무상선사상이 있는데 동굴도,무상선사상도 방치 상태나 다름없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을 만든 성덕왕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신라땅 군남사로 출가한 뒤 마흔네 살이던 728년 중국으로 건너갔다. 《송고승전》에 따르면 장안(지금의 서안)에서 당 현종을 알현한 그는 초조(初祖) 달마로부터 혜가-승찬-도신-홍인의 법을 이은 지선선사의 명성을 듣고 지금의 쯔중현 영국사(寧國寺 · 당시 덕순사)로 찾아갔다. 그러나 지선선사는 이미 열반에 든 뒤였고,지선의 법을 이은 처적선사는 병을 핑계로 만나주지 않았다. 손가락에 불을 붙여 구도의 굳은 의지를 보이자 처적은 마침내 무상(無相)이라는 법명을 주고 제자로 받아들였다.

처적선사 문하에서 2년 동안 공부한 무상은 덕순사에서 10여리 떨어진 천곡산 골짜기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행수도를 시작했다. '풀잎으로 몸을 감싸고 단식하다시피 음식을 줄였다. 먹을 것이 떨어지면 흙을 먹었다'고 《역대법보기》는 전한다.

처적선사가 무상에게 물었다. "너는 천곡산에서 뭘 하였느냐?" 무상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바쁘지 않을 뿐입니다"라고 하자 처적은 "네가 바쁘면 나도 바쁘다"며 매우 기뻐했다. 두 사람은 다른 말로 같은 뜻을 이야기한 것인데 무슨 뜻일까. 겉보기엔 한가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일에 공을 들이고,항상 쉼 없이 수행하는 것을 이른 것이다.

무상의 뛰어난 수행력을 인정한 처적선사는 "이것은 달마조사의 전법(傳法)가사다. 측천무후가 지선화상에게 주었고,화상이 내게 전한 것을 지금 그대에게 맡기노라"며 가사와 함께 법을 무상에게 전했다.

이런 무상선사를 사람들은 '진허상(金和尙)'이라 부르며 존경했다. 명성이 높아지자 절도사는 무상선사를 익주(현재의 성도)로 초청했다. 마침 '안사의 난'을 피해 성도로 온 현종은 대자사,정중사,영국사 등을 중창하고 무상선사에게 법을 펴도록 했다.

무상선사는 또한 티베트에 선불교를 전했을 뿐만 아니라 쓰촨 출신으로 중국 선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조선사(709~788)의 스승이기도 하다. '평상심이 도(道)' '마음이 곧 부처(卽心是佛)' 등으로 유명한 마조는 덕순사로 출가해 무상선사에게 배운 뒤 6조 혜능의 전법제자인 남악회양(677~744)을 찾아가 법을 이은 인물이다. 마조의 법은 다시 서당지장선사를 거쳐 신라의 범일 · 무염 · 도의 · 홍척 · 혜철선사 등 구산선문의 개창자들로 이어졌으니 무상선사의 법이 마조를 거쳐 신라로 온 셈이다.

이런 까닭에 쯔중현 영국사 대웅전에는 지선 · 처적과 함께 무상선사상이 모셔져 있고,대웅전 벽면에는 무상선사가 중국으로 건너와 수행 · 전법 · 교화하는 모습들이 그림으로 재현돼 있다. 또 마조의 고향인 쓰촨성 시방현 나한사의 나한전에는 무상선사가 오백나한 중 455번째 나한(아라한 · 깨달은 이)으로 모셔져 있다. 무상선사는 나한사 외에도 중국 내 8~9개 사찰에 나한으로 모셔져 있는데 인도 출신의 달마를 제외하면 외국인으로는 유일하다고 한다.

순례단을 이끌고 무상선사의 유적지를 둘러본 조계종 원로 고우 스님(경북 봉화 금봉암)은 "중국에서 선불교를 배우고 돌아와 한반도에서 법을 편 선사들은 많지만 중국 내에서 선맥을 잇고 교화한 분은 무상선사가 유일하다"며 감회에 젖었다. 고우 스님은 또 "마조 스님이 무상 스님에게 배운 다음 남악회양의 법을 잇고,그 법이 신라의 선사들을 통해 한반도로 들어온 것도 범상치 않은 인연"이라며 "한 · 중 양국이 이런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두(쓰촨성)=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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