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귀한 몸'..임대용 원룸·다세대 신축 붐
역세권 행당·신림·등촌 주도…전셋값 치솟자 올 1만건 신축방배·논현은 재건축으로 강세
정년 퇴직을 2년 앞둔 박영진씨(58 · 가명)는 주말마다 지하철 역세권을 둘러보러 다닌다. 단독주택을 사들여 임대사업용 건물을 지어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소규모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으로 바꾸기 적당한 대지 180~200㎡ 짜리 집을 찾고 있다"며 "3.3㎡당 1500만원을 넘을 정도로 비싸 역세권을 조금 벗어난 곳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 가격이 강세다. 중소형 주택 전셋값이 오르면서 다세대나 원룸으로 새로 짓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서울 방배동 등 일부지역에선 재건축도 활성화돼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늘어나는 다세대 신축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원룸 포함)를 새로 짓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단독주택 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서울지역에서 건축인 · 허가를 받은 다세대 주택은 총 976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072건에 비해 317.8% 급증했다.
수요가 늘면서 단독주택 가격도 소폭 올랐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서울 단독주택 값은 작년 말 대비 0.3% 상승했다. 작년 8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1.2%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은 각각 2.0%,1.7% 내렸다.
◆9호선 역세권에선 매물 회수
단독주택에 대한 투자는 비강남권에선 업무 중심지를 지나는 지하철 주변 지역에 몰리고 있다. 여의도 광화문과 가까운 서교 · 동교동,광화문과 강남으로 이동하기 쉬운 행당동,강남으로 출퇴근이 편리한 신림 · 흑석동 등에선 대지 200㎡ 안팎 단독주택이 3.3㎡당 1500만~2000만원 선이다.
최근엔 지하철 9호선 주변지역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여의도 · 강남 진입이 수월한데다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이 낮아서다. 목동 구시가지인 양천구 목2 · 목3동,강서구 염창 · 등촌 · 방화동 등이 인기 지역이다. 방화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1~2개월 사이 3.3㎡당 1500만원 미만 물건은 거의 팔렸다"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호가가 오르는 추세지만 수요는 아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삼성동 3.3㎡당 3000만원 호가
강남권 단독주택 밀집지인 논현1 · 2동,반포1동,송파동,방배동,오금동 등지의 대지 180~260㎡ 단독주택은 3.3㎡당 2300만~2500만원 선을 보이고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 뒤쪽 고급 단독 주택지역은 3.3㎡당 3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입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강남권에선 4m 이상 도로를 접하고 대지가 반듯한 단독주택은 3.3㎡당 2700만원을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재건축도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하철 7호선 내방역 부근 방배동에선 9곳이 단독주택 구역지정을 받았거나 구역지정을 추진 중이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논현동,문정동 등 각각 5곳을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강남권 단독주택은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지만 다세대 신축 붐과 재건축 사업이란 겹호재 덕에 급매물이 별로 없다"며 "임대용 중소형 주택을 짓기 위한 수요가 이어지면 가격이 한 단계 더 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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