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참살이 시대' 자성의 사찰여행 눈길

윤시내 2010. 10. 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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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김재욱 기자 = 올 여름에는 유난히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 가운데 가을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낮에는 뜨거운 열기가 여름에 버금가지만 밤은 가을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생각은 어디에서든 할 수 있겠지만 고요한 산사에서 고즈넉하게 청량함을 맛보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잘 먹고 잘 살자'라는 웰빙 열풍이 전국적으로 뜨거운 지금, 이름난 산을 찾아 그곳의 사찰참배와 함께 단풍을 즐기며 느긋하게 차 한 잔을 하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다.

대구경북은 명산고찰이 넘칠 정도로 많아 어느 곳을 가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물과 공기처럼 너무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낮춰 보는 것이 현실. 비싼 돈을 들여 먹거리를 찾아다니고 유명 관광지만 찾는 게 참살이 정신은 아닐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깊은 산과 계곡 단풍이 아름다운 대구인근 지역의 사찰을 소개한다.

1. 팔공산자락(동화사, 파계사, 부인사, 북지장사, 송림사, 도덕암, 부도암, 금곡사, 은해사, 갓바위)

팔공산은 신라시대 오악(五岳) 중 나라 중심에 있는 산(中岳)이라 불릴 만큼 대구와 경북 칠곡, 군위, 경산, 영천 등 5개 시군에 걸친 명산이다. 그 지세에 걸맞게 서쪽 끝인 칠곡 가산에서 동쪽 끝의 은해사까지 산자락에 수많은 보배를 안고 있다.

서쪽에서부터 보면 천년고찰 칠곡 송림사와 도덕암이 서로 마주보고 평지가람과 산지가람을 대표하며 자리 잡고 있다. 송림사는 모전석탑으로 유명하다. 도덕암은 숨겨진 명소로 제비모양의 명당을 뜻하는 연소혈에 자리 잡은 천년 길지다. 역사가 오래 된 모과나무와 광종임금이 직접 마셨다는 어정수 샘이 자랑이다. 인근에는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칠곡 금곡사도 있다.

팔공산 남쪽의 명소라면 당연 대구 동화사다. 그 밖에 파계사, 북지장사, 부인사 등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고찰들이다. 동화사, 파계사, 부인사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일반인에게 익히 알려진 천년고찰답게 다양한 문화재와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홈페이지도 개설돼 있어 미리 정보를 습득해 찾는 것도 한 가지 여행의 팁이다.

파계사 옆길 성전암 가는 길로 해서 군위 제2석굴암 길로 내려가는 길은 호젓하게 산행할 수 있는 특별한 산행코스다. 북지장사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는 길 초입에 있는 숲과 팔공산 진맥이 인근에 숨겨져 있다는 풍문으로 유명하다.

대중교통을 이용, 동화사를 찾은 뒤 인근의 산내암자들을 도보 순례하는 것은 1~2시간여 만에 알짜배기를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부도암이나 내원암을 거쳐 염불암을 순례하는 길을 권한다.

부도암은 비구니 스님의 정성어린 손길이 닿은 아늑한 사찰이다. 동화사 주차장에서 왼쪽길로 10여분 올라가면 된다. 내원암도 비구니사찰로 조금 더 산 정상 쪽에 가깝다. 염불봉 바로 밑에 자리 잡은 염불암은 동봉을 오르는 재미와 함께 좋은 경치를 선사한다.

동쪽 끝의 은해사와 갓바위는 전국구 스타다. 대중교통을 이용, 대구 쪽에서 갓바위를 오른 뒤 은해사 방향으로 내려가 백흥암, 운부암 등 산내암자를 순례하는 것은 동화사를 통한 팔공산 정상코스와 함께 의미가 깊다.

팔공산 북사면의 제2석굴암과 수도사, 진불암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명소 중의 명소로 여름 피서철의 복잡함과 다르게 가을에는 호젓함을 찾아 방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수도사에서 공산폭포 지나 진불암까지는 노약자도 쉽게 갈 수 있는 산책로 같은 길이다.

2. 비슬산자락(용연사, 남지장사, 운흥사, 유가사, 최정사, 은적사, 안일사, 임휴사)

대구남서쪽의 비슬산은 북쪽의 팔공산에 가려졌지만 앞산과 최정산 등을 모두 포함하는 휴가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비슬산휴양림에 숙소를 정하고 인근 낙동강 및 고령과 함께 달성군 유가사와 용연사 등 천년고찰을 둘러보는 것은 최선의 선택 중 하나다.

등산에 자신이 있다면 유가사를 통해 산을 오른 뒤 부처님 진신사리가 보관된 용연사로 내려간다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비슬산과 이어지는 대구 앞산자락에는 은적사 등 태조왕건과 관련된 사찰들이 인기 있다. 심신수련장과 큰골 등 골짜기를 타고 정상까지 오르는 것도 좋지만 은적사를 둘러본 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대구시내 조망을 즐기고 안지랑이골의 안일사로 내려오는 길을 추천한다. 인근의 먹거리 마을로 내려오면 유명 식당이 즐비하다.

달비골 입구에 자리 잡은 임휴사는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좋은 사찰이다. 불의의 화재로 인해 대웅전 등이 소실됐다 최근 복구가 완료됐다. 대부분의 앞산자락의 사찰들은 야간산행을 위한 출발지로서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비슬산 서편의 최정산 지역에도 명찰이 즐비하다.

팔공산에 위치한 북지장사와 대를 이루는 지장보살 기도처인 남지장사와 대구 상수원인 가창댐 인근의 운흥사는 좋은 산과 계곡으로 유명하다. 비구니 사찰인 최정사는 독특한 모양의 탑과 마을 가운데 위치로 눈에 띈다.

3. 청도주변(운문사, 적천사, 대운암, 불령사, 대산사, 대비사)

비구니 교육도량인 청도 운문사의 솔밭과 비구니스님들의 새벽예불은 산사를 찾는 감동을 더욱 깊게 해준다. 운문사 산내암자인 사리암은 국내에서 나반존자를 모시는 흔치 않은 기도처로 갓바위와 함께 이른바 기도발 잘 받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 대구에서 막걸리로 유명한 동곡면을 지나 대비못 인근에는 대비사가 자리 잡고 있고, 청도에서 밀양 유천 쪽으로 가는 길에는 산 정상 쪽에 대운암이 기도객을 맞고 있으며 불령사도 계곡물과 함께 유명하다. 각북면 천하명당에 자리 잡은 대산사에는 멧돼지와 뱀의 전설이 오롯이 전해지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팔공산 동화사와 창건 내력이 같은 청도 남산자락의 천년고찰 적천사가 있다. 적천사에는 수령 8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남산 오르는 길은 깊은 골짜기로 폭포가 가득하지만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4. 그 밖의 경북지역(군위 인각사, 구미 천룡사, 고령 반룡사)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저술한 곳으로 알려진 군위 인각사는 복구가 한참 진행 중이지만 사찰 바로 앞 하천 학소대 절경과 함께 고전의 향기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가 힘든 것이 단점이다.

구미 천생산은 정상까지 1시간여 걸리는 작은 산이지만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그 자락의 천룡사는 고찰은 아니지만 마음수행에 좋은 현대식 수행도량이다. 그곳 다원에서 마시는 짧은 산행 후 차 한잔은 쉼터 이상의 여운을 남겨준다.

고령 반룡사는 산을 어떻게 활용해 가람이 들어섰는지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최근에는 영어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 등으로 유명하다.

5. 도심에 위치한 사찰(보현사, 원만사, 서봉사, 화장사, 한국불교대학대관음사)

굳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멀리 찾을 필요가 있을까. 도심에 위치한 사찰에서의 기도와 참선은 맑은 기운과 함께 좋은 심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언제 어느 때 방문하더라도 다양한 기도가 진행돼 마음 닦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자녀들이 버릇이 없어 한숨을 내쉬는 학부모라면 도심포교당을 찾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대구 반월당에 위치한 보현사는 동화사의 도심도량으로 접근성이 매우 편리하다. 비구니 도량 원만사와 건들바위네거리의 서봉사, 대구교도소 뒤편 화장사는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전통사찰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 예의를 심어주기엔 그만이다.

jukim@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96호(10월1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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