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저가수주 비극 성수대교 잊었나/신홍범기자

신홍범 2010. 9.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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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키공사 수주회의 때 설계팀은 아예 부르지도 않아요. 요즘은 설계를 잘했느냐가 아니라 가격을 얼마나 낮게 써내느냐에 따라 공사 수주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사장님하고 견적팀 몇 명만 있으면 됩니다."

대형건설사 공사수주팀의 K부장은 최근 수주전략회의 풍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공공공사 물량이 없는 데다 발주된 공사도 모두 가격경쟁으로 수주환경이 변해 입찰 참여를 결정하는 최고경영자와 가격을 산출하는 견적팀 몇 명만으로 공사수주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도의 설계능력과 시공기술이 필요한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 공사도 낙찰자선정 기준에서 가격 비중이 40∼45%대로 종전(30% 이하)보다 크게 높아짐에 따라 굳이 관련 기술개발이나 설계를 잘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가격을 아주 낮게 써내면 설계점수를 보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지하철9호선 3단계 923공구 턴키공사를 D사가 설계가격의 63.78%인 904억200만원에 저가낙찰받기도 했다. 턴키공사 낙찰률이 60%대를 기록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턴키공사 낙찰률이 90%대로 어느 정도 수지타산이 맞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60%대까지 내려앉아 적자시공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고품질 설계 확보라는 턴키공사의 취지는 이제는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자 예산 확보 차원에서 다른 공공공사를 모두 가격경쟁으로 내몰아 저가수주를 유도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턴키공사의 경우 고품질 설계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낙찰자 선정기준에서 설계와 가격 비중이 최소한 7대 3 정도 돼야 한다"면서 "최근 들어 이 원칙이 깨지면서 메이저 건설사까지 저가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수주가 이뤄지면 공사 품질 확보는 요원해지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대로 공사를 하려면 100원이라는 공사비가 투입돼야 하는데 60원으로는 제대로 된 공사 품질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와 발주처는 1994년에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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