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마니아를 위한 '홀가' 시리즈

2010. 9. 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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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주류에 대한 반동은 어느 분야에나 존재한다. 남들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몸과 마음이 비딱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비주류' 혹은 '소수자'라고 하던가. 카메라 동네도 마찬가지. 남들 다 쓰는 디지털카메라를 거부하고 끝까지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 좀더 특별한 카메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구하기 힘든 '앤티크 카메라'나 선명한 사진을 기대하기 힘든(?) '토이 카메라'를 선택한다.

토이 카메라는 종류가 다양하다. 토이 카메라의 붐을 일으킨 로모, 토이 카메라의 원조 격인 다이애나, 여러 개의 렌즈가 달려 있는 샘플러, 어안렌즈가 달려 있는 피시아이, 36컷 필름 한 통으로 72장의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골든하프,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를 흉내 낸 BBF 등이 있다. 뭔가 특별한 카메라를 찾는 마니아들이 늘수록 수입되는 토이 카메라도 늘고 있다. 그중에서 홀가(Holga)는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토이 카메라들이 35㎜ 필름을 쓰는 데 반해 홀가는 120㎜ 중형 필름을 사용한다. 가장 많이 찾는 모델은 120GN. 홀가 시리즈는 토이 카메라 마니아들이 로모와 더불어 한번씩 사용해보는 카메라다. 이런 마니아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3D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홀가 120-3D가 최근 출시되기도 했다. 중형 필름을 쓰는 카메라들이 대부분 고가인 것을 고려하면 홀가 120GN은 '껌값' 수준이다. 가격은 5만원이다. 홀가의 매력은 사진의 주변부가 어둡게 나오는 '비네팅' 효과다. 필름방 안에 빛이 들어오는 '빛샘 현상'은 홀가만의 매력(?)이다. 보통 카메라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바로 반품하거나 수리점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빛샘 없는 홀가는 '팥소 없는 찐빵'이다. 허술한 마감이 오히려 구매력을 높인 경우다. 이런 상품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봐도 홀가 외엔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홀가는 1982년 홍콩에서 만들어졌고, 중국에서 생산됐다. 홀가를 개발한 티 엠 리(T.M. Lee, 홀가 마니아들은 '홀가의 아버지'라 부른다)는 비싼 카메라를 구입할 수 없는 중국 노동자들을 염두에 뒀다. 홀가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재료는 값싼 플라스틱, 초기형 모델인 120G는 렌즈조차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단가를 낮췄다(120GN은 유리 렌즈를 달았다). 홀가는 한 엔지니어의 소박한 꿈이 숨어 있는 셈이다. 티 엠 리는 가진 자들만의 취미생활인 사진을 대중들도 쉽게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홀가를 마무리 엉성하고 볼품없는 '중국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홀가에 한번이라도 마음을 빼앗겨 본 적 있는 독자라면 사이캣 비스와스의 누리집(saikatbiswas.com)을 방문해 보시길. 산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그는 현재 홀가 디지털카메라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외관이나 성능, 액세서리까지 구체적인 '홀가. D'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의 바람은 티 엠 리가 그랬던 것처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간단하게 촬영할 수 있는 '홀가'의 장점을 그대로 살린 디지털카메라를 만드는 것. 홀가 마니아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사진 제공 saikatbisw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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