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 늘려야 사고력도 큰다

2010. 9.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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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 단어 이해·암기한 뒤에

상황·맥락 맞춰 꼭 써봐야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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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문장의 구성요소 (하)<246F> 어휘 늘리기 (상)<2470> 어휘 늘리기 (중)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보통 생각 자체를 언어를 빌려 하고 있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나열인 셈이다. 생각이 정확하거나 다양하려면 그가 생각할 때 쓰는 단어도 정확하고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단어들의 집합'을 뜻하는 어휘가 풍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어휘력을 걱정하는 얘기들이 많다. 독후감을 쓰게 하면 "참 재미있었다"거나 "정말 흥미로웠다"는 표현이 반복된다. 표현은 강한 대신 풍부하지 않다. 대안이 별로 없는 때문인지 한번 쓴 어휘를 반복해서 쓴다는 특징도 보인다. 결국 책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휘가 너무 많아서 독해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책을 멀리하게 되고 어휘력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어휘력이 떨어지는 것을 국어실력이 떨어진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생각하는 수준, 생각을 표현하는 수준이 떨어지는 차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통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성인이 됐을 때 쓸 수 있는 어휘는 2만개에서 10만개 사이로 알려져 있다. 2만개를 쓰는 사람과 10만개를 쓰는 사람의 사고력의 다양성과 깊이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어휘력을 기르는 일은 국어 성적을 올리는 의미를 뛰어넘어 삶을 풍부하게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어휘력은 양적 능력과 질적 능력 측면에서 모두 길러야 한다. 양적 능력은 절대적인 어휘량을 많이 늘려야 길러진다. 질적 능력은 단어의 사전적 뜻을 아는 능력과 숙어나 속담, 사자성어 등 관용적 어휘의 뜻을 아는 능력, 한 단어가 여러가지 뜻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아는 능력을 모두 포괄한다. 여기에 어휘와 어휘 사이의 연관 관계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야 비로소 어휘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휘력은 사고력의 출발인 동시에 독해력의 기초이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다른 과목의 공부들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

학자들은 어휘력을 기르는 단계를 다음의 5단계로 나누고 있다. 새로운 단어와 접하는 단계 →단어의 형식을 아는 단계 →단어의 뜻을 아는 단계 →단어의 형태와 뜻을 기억 속에 확실히 저장하는 단계 →단어를 사용하는 단계 등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새 단어를 접하고 형식과 뜻을 이해·암기한 뒤에는 상황과 맥락에 맞게 제대로 써봐야 어휘력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영어를 공부할 때는 비슷한 말, 반대말, 같은 어원을 가지는 말 등의 기준으로 체계적인 어휘 늘리기 연습을 하는 데 비해서 모국어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길러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야말로 선입견이 반영된 결과다. 의식적으로 기르지 않으면 어휘력이 높아지기는커녕 퇴보할 수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독서 환경에 노출돼 있지 않은 학생이라면 꾸준하게 어휘력을 길러야 한다.

어휘를 제대로 가르치려면 단어의 사전적 정의와 함께 문맥적 의미, 맥락적 의미, 상황적 의미 등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사전에 나와 있는 사례로만 쓰이지 않고 어휘의 뜻과 용법이 확대되거나 변형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착하다'는 단어는 최근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기 때문에 어휘의 내용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러려면 어휘를 개별적으로 배우기보다는 정상적인 대화나 문맥을 통해 배우는 게 좋다. 영어를 배울 때 단어 하나의 뜻만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는 영화의 명대사나 책의 명문장을 통해 외울 때 효과가 훨씬 큰 것과 같은 이치다.

새로운 어휘를 공부할 때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게 좋다. 고등학생 수준의 어휘를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려면 초등학생의 어휘를 써야 제대로 뜻을 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알고 있는 문장구조를 통해 새로운 단어를 익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다른 언어 기능을 교육할 때와 마찬가지로 어휘 역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거나 놀이, 게임 등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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