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집없는 도시' 될라

장시복 기자 2010. 9. 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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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장시복기자][건설사들 "위약금 물고라도 계약해지"]

- 건설사들 땅값 인하·이자 탕감 요구- 일부에선 "판교처럼 새판 짤 필요도"

"참 어려운 문제네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토지 공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땅을 매입한 건설업체 모두 '벼랑 끝에 선' 세종시 아파트사업에 대한 질문엔 1년 넘도록 공통된 답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업체들은 "이젠 지쳤다"는 포기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2007년 택지공모 당시만 해도 이 사업은 '장밋빛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특혜시비'가 나올 정도로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입찰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형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모두 12개 업체가 땅을 분양받았고 당초 지난해 5월 분양에 들어가 2011년 9월 이후 입주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수정안' 논란이 가열되면서 이 같은 기대감은 무너졌다. 안갯속 상황은 열달 넘게 이어졌다. 이 와중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악재도 닥쳤다.

모든 업체가 집단적으로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미뤘고 LH는 속만 끙끙 앓았다. 업체들은 정치권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진 만큼 땅값 인하나 연체이자 탕감 등의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택지지구와 형평성 논란 등 특혜시비를 우려한 LH는 "계약대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고성'으로 2개 업체에 대해선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까지 했다.

지난 6월30일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원안 추진이 결정되면서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수정안이 추진될 경우 그나마 분양성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원안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10월 LH가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공급하는 첫마을 공공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50만원선으로 추정되는데 반해 민간아파트의 경우 높은 조성원가 등으로 공급가격이 3.3㎡당 800만~850만원선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때문에 이제는 그동안 눈치만 보던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사업 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업을 지속하려던 일부 업체도 10%의 위약금을 물고라도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침체기에 이 사업 하나가 회사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데 무조건 나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예 판교 개발 때처럼 도급방식으로 '새 판'을 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LH는 "업체들이 '도덕적해이'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계약 당시 내용대로 원안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경기가 좋지 않자 이 틈을 이용해 발을 빼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행정수도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에 대해 업체들의 '사회적 책임'도 거론하고 있다. LH는 27개월 이상 걸리는 공사기간을 감안할 때 중앙부처 등의 이전에 따른 주택 부족사태를 막기 위해선 적어도 올 10월에는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단 LH는 이번 첫마을 분양을 '분위기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상황상 청약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LH는 지난해 5월로 예정됐던 분양을 연기했다. 오히려 좋지 않은 분양 결과가 나올 경우 민간업체들의 이 같은 사업 포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 말 2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한 채 서로의 입장차이만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LH와 업계는 자신들이 스스로 얽힌 실타래를 풀긴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번 갈등이 양 사업자간 문제였다기보다 외부요인이 컸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업계는 지난달 23일 정종환 국토부 장관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자신들의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세종시 건설을 담당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만희 청장도 조만간 직접 LH와 참여사들을 만나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다. 한 청장은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고 고민을 드러내며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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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장시복기자 sibok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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