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부는 집 사라는데 사도 될까?

2010. 9. 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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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 생활경제부장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고수'다. 굳이 과거 현대건설 회장 등의 CEO 이력을 들먹이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에피소드가 있다.

서울시 출입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한 기자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시장님, 제가 목동에 사는데 교육환경은 좋지만 집이 낡아 생활이 불편합니다. 그런데 재건축은 아직 멀었고..., 가격이 크게 오른 지금 목동 집을 팔고 강남으로 옮기는 게 나을까요?"

그러자 이 시장은 웃으면서 "공짜로 컨설팅을 받으려 하네. 나중에 내방으로 오세요"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서 슬쩍 지나가는 말로 "나 같으면 목동 팔고 그 옆의 상암으로 가겠네"라고 했다.

이 말에 참석자 모두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나마 강북에서 강남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목동인데, 오히려 강남 대신 당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 상암을 사라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당시 목동과 강남은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상태였고, 전임 고건 시장 때 부터 쓰레기 터(난지도)에서 첨단 미래도시로 개발이 진행중이던 상암은 본격 상승의 시작단계였다. 필자가 지금 생각해봐도, 이는 현재 보다 미래흐름을 정확히 내다본 족집게 컨설팅이었다.

부동산 시장의 생리와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런 'MB의' 정부가 "지금, 집 사라"고 신호를 보냈다. 정부는 지난 '8.29 부동산 대책'에서 그 동안 금기시 했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비록 내년 3월말까지 한시적이나마 '확' 풀었다. 무주택자나 1주택을 보유한 실수요자가 돈을 빌려 9억원 이하의 집을 사거나 더 큰 집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이번 대책은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최종 점검을 했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화끈한 대책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저소득층이 빚을 내 집을 사게 만들어 떨어지는 아파트 값을 떠받치게 하는 꼴"이라며 비판한다. 하지만 설마나라를 경영하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쪽박 찰 게 뻔한 상황으로 내몰기야 하겠는가. 그것도 목청껏 '친서민'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을 집값 하락 방지의 볼모로 삼는다는 것은 좀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어쨌든 정부는 실수요자에게 '지금부터 내년 3월 말까지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후 4월부터는 봄 이사철이 도래하고 수도권 입주물량이 올해와는 정반대로 급감하면서 초조해진 매수세가 유입되고, 그에 따라 점진적인 가격 회복을 정부는 예상하는 듯 싶다. 실제 내년에 수도권의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6만8000여가구로 올해 14만가구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향후 주택시장을 옥죄는 대내외적 악재도 여전하다. 먼저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인식이 빠르게, 그리고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 미국 경제의 더블 딥과 부동산 가격 급락에 대한 우려가 다시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자금난 여파로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개발호재마저 빛이 바랜 상태다.

정부의 시그널을 믿고 집을 사던지, 아니면 무시하든지는 결국 수요자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보듯이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은 막겠다는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 그리고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위 '버블세븐' 지역에서도 값싼 매물이 널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평가 알짜 매물로 압축한다면, '고수'를 한번 믿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ih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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