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폐지, 빚내 집사라는 꼴"-참여연대
정부의 8.29 부동산 대책은 사실상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국민들을 부추기는 것과 같다며 참여연대가 강하게 비판했다.
29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집값 하향 안정화에도 역행, 가계부실 우려까지 더욱 키우고 있어'라는 논평을 내고 정부의 대책에 강하게 비난했다.
-다음은 참여연대의 논평 전문
1. 이명박 정부가, 8.29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명분으로 '비록 2011. 3.말까지의 시한을 정하기는 하였으나,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DTI를 사실상 폐지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시한 및 취·등록세 감면시한을 연장하고, 전세자금의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 김남근 변호사)는 이와 같이 반복되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정책, 특히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선뜻 주택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빚을 내서라도 주택구입에 나서라는 것에 초점을 둔 대책'이 점차 가격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다시 왜곡시키고,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인한 가계부실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건설재벌을 비롯하여 부동산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DTI(Debt To Income : 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또는 폐지)만이 현재의 대량 미분양사태, 부동산경기 위축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정부를 압박하였고, 마침내 정부는 이에 화답하여 DTI 한시적 폐지 및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축소, 민영주택 공급비율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DTI 제도는 채무자의 소득, 즉 갚을 능력을 보고 그에 맞추어 대출을 해 주는 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므로, 이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의 정책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큰 잘못이다.
미국에서는, 금융기관이 갚을 능력(소득)을 보지 않고 과다한 대출을 해 주는 것은 갚지 못하면 채무자의 집이나 재산을 빼앗겠다는 것으로 간주하여, 이러한 대출을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 즉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 소득에 따른 대출이 금융의 기본 원칙임을, 이에 반하는 대출은 불법행행위로 제제를 받을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DTI 규제는 풀어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규제는 유지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LTV(현 한도는 50%)라는 것은 채무자의 소득능력과 상관없이 그 집값의 일정 범위에서 대출을 해 주는 것, 즉 채무자의 소득과 상관없이 과다한 대출을 해 줄 수 있어 집값이 하락하면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아도 가계파산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의 대출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 번 대책은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을 꾀함과 동시에, 가계부실의 위험은 감수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으로, 친서민을 내세우는 정책방향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할 것이다.
3. 가계부채가 700조를 넘어서, 우리 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DTI를 한시적으로 폐지하여 '빚 내서 집 사는 일'을 부추긴다면 부채증가로 인한 가계파산의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출구전략이 현실화되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목전에 이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금융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계층별 부채상환 부담을 비교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이 금리 인상에 훨씬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만약 이번 대책대로 DTI가 폐지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부채를 더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가계파산과 양극화 문제 등 큰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정부는 DTI 제도를 금융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부동산정책의 도구로 일관성 없이 활용하기보다는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로 인한 가계파산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수단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을 확충하여 주택담보대출을 장기모기지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고, 법무부가 2009년부터 준비해 온 채무자파산및회생에관한법률 개정을 통해 '개인회생절차를 밟는 1가구 1주택 거주자의 주택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별제권 대상에서 제외하여 10년간 최저생계비 이외의 소득으로 나누어 갚고 그때까지 못 갚은 주택담보대출은 면책해 주는 제도'의 시행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위와 같은 법률 개정작업이 금융기관 등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바 있는데, 지금은 DTI폐지 등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노력을 통해 가계파산의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이미 공공연한 상황에서 정부의 이 번 대책은 중산층, 서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어 빚을 내 주택 구입에 나서게 만들 우려가 있으며, 이는 집값 안정에 악영향을 끼침은 물론 가계부채를 더 증가시켜 경제 전반에도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즉시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
4. 부동산거래의 활성화는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에 맞게 집값이 하락하여 실수요자들이 부동산거래에 뛰어들 때 비로소 정상화,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연소득의 3-4배 즉, 도시가구근로자 평균소득이 연4000만원 남짓인 점에 비추어 수도권의 중산층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억 2천만원에서 1억 6천만원 정도가 정상가격이라 할 수 있는데, 수도권의 서민주택들도 3~5억원에 달하고 있어 부동산가격의 거품제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실수요자들을 탓하고 소득능력보다 더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것은 정부가 할 정책이 아니다. 정부는 시간과 예산을 더 이상 낭비하여 부동산시장의 왜곡상태를 더 지속시키지 말고 지금은 차분히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에 맞게 부동산가격의 하향안정화가 이루어지도록 지켜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실을 최대한 줄이고 가계파산에 대한 구제책을 미리 준비할 때이다.
5. 한편,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하기를 기다리면서, 주택구입을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전세수요는 증가하게 마련이고, 이사철까지 도래하면 전세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부가 내 놓은 대책이라고는 '전세자금 대출한도 확대' 등에 불과하다. 전세자금 지원에 일부 긍정성이 있다 해도, 지금은 전세주택 공급 확대 등 전세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시행해야 할 때이다.즉, 건설회사들이 보유한 장기미분양 주택과 보금자리 주택 중 상당수 물량을 중소형 장기전세주택(쉬프트 방식)으로 전환하여,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회사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전세수요 증가에 대응하여야한다. 미분양주택의 임대주택 전환은 고분양가를 고수하여 미분양을 초래한 건설회사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물으면서, 건설회사의 유동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거양득의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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