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DTI 규제 완화 기대반, 우려반
[머니투데이 이군호기자][실수요자조차 거래 못해 '발동동'…대출확대로 이자 부담·은행건전성 악화는 우려로]
정부가 29일 거래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자를 위해 당초 예상보다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거래를 활성화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금융기관이 자율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생애최초 구입자금도 2억원을 지원하는 등 당초 거론되던 수준을 뛰어넘은 대책이라는 평가다.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에 대한 자금지원도 완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연장 및 취등록세 감면 등 시장의 건의도 대부분 받아들였다.
다만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기에는 다소 역부족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한이 내년 3월 말까지인데다 DTI 규제 완화로 대출 가능액이 대폭 늘더라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하면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회심의 8.29 대책 내놓다
정부는 최근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실수요 중심 주택거래시장으로 재편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주택거래 위축으로 실수요자와 부동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래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분양주택 입주예정자들은 기존주택 거래 위축으로 인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대출을 받아 신규 분양주택에 입주한 가구도 기존주택이 팔리지 않아 금융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
거래 침체에 따른 미입주 주택 증가로 주택업체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건설근로자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하도급·자재업체 등도 동반 부실화되고 있다. 이사·중개·인테리어 업체 등 서민들이 종사하는 주택관련 업종의의 경기도 침체돼 서민경제마저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주택시장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4.23주택거래 활성화대책을 대거 보완하는 내용의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8.29 대책에 무얼 담았나?
정부는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실수요자의 주택구입과 관련한 금융·세제상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우선 정부는 무주택자 또는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9억원 이하 아파트의 DTI 적용을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체 아파트의 98.25%가 한시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이 완화된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현재 수도권에서 9억이 넘는 아파트는 19만6321가구다. 이 중 강남3구내 12만7888가구를 제외하면 수도권 9억원 초과 아파트는 6만8000가구에 불과하다.
전체 수도권 재고 아파트가 360만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강남3구를 제외한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1.75%에 불과하다. 결국 나머지 98.25%가 이번 DTI 완화 혜택을 받는 것이다.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에 대해 내년 3월 말까지 주택기금을 통해 가구당 2억원 범위 내에서 구입자금을 지원한다. 대상주택은 6억원·85㎡ 이하이며 연 5.2%의 금리가 적용된다.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에 대한 자금지원 조건도 완화했다. 종전 4.23대에서는 지원대상을 85㎡·6억원 이하, 연소득 4000만원 이상으로 한정했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금액제한을 폐지하고 85㎡ 이하, 연소득 5000만원으로 풀었다.
세제 부문에서도 올 연말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2년간 연장 시행하고 비사업용 부동산에 대한 중과완화제도의 일몰시한도 2년 연장한다. 취·등록세 감면도 1년 더 늘리고 감면대상주택은 내달 중 행정안전부가 별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금자리주택이 우수한 입지와 인근 시세보다 50~80%의 싼 분양가가 적용됨에 따라 대기수요만 늘려 민간의 주택공급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이에 대한 개선방안도 마련했다.
서민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당초 계획된 물량대로 추진해 나가되 주택시장 수급상황을 고려해 사전예약 물량을 축소하고 사전예약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보금자리지구내 민영주택 공급비율(25%)도 지구별 특성을 감안하여 상향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DTI 완화 득이냐? 실이냐?
정부가 강남3구를 제외한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금융기관이 DTI 적용을 자율결정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DTI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금융기관들은 대출경쟁을 벌이고 있고 실수요자들은 돈이 부족해 이사를 못가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확대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실수요자의 경우 무작정 대출을 받기에는 금융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DTI 규제가 완화되는 것이어서 기존주택에서 대출과 DTI 완화에 따른 신규 대출 때문에 이중으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집값이 추가로 하락하고 기존주택이 팔리지 않는다면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소비자들의 이자부담 증가는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만약 완화된 DTI 기준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집값이 크게 내려가면 담보비율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개인들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고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이 나빠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스피드뱅크 김광석 실장은 "DTI에 대한 금융회사의 자율심사 및 결정은 기존에 예상됐던 DTI 소폭 완화보다는 어느 정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은 될 것이다"면서 "다만 조건에 충족되는 거래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거래활성화에는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실수요자가 집 사면 금융기관이 DTI 결정
☞ [8.29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방안 Q & A]
☞ 鄭 장관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 축소하고 일정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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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군호기자 g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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