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로드넘버원' 시청률 4%로 퇴장

2010. 8. 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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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극 부진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제작비 130억원을 들인 초대형 전쟁드라마 '로드 넘버원'이 4%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굴욕을 겪으며 26일 막을 내린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제작된 '로드 넘버원'은 '천국의 계단' 이장수 PD와 '개와 늑대의 시간' 김진민 PD의 연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시나리오를 쓴 한지훈 작가의 대본, 소지섭과 윤계상, 김하늘이라는 A급 스타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흡입력 없는 연출, 어색한 연기로 혹평을 받으면서 시청률이 공중파 저녁시간대 드라마로는 치욕적인 4%대까지 곤두박질 쳤다.

◇ '역사에서 벗어난 역사극'의 아이러니 =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전쟁을 배경으로 남녀 간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휴먼드라마일 뿐 전쟁 드라마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인 전쟁이 배경이면서도 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이다.

제작진은 아직 진행 중인 6.25 전쟁이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해 정면승부를 피하면서 인물들 사이의 사랑과 우정에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작품성과 시청자의 관심 모두를 놓쳐버린 결과를 낳았다.

국방부의 대대적인 지원까지 받으며 출발한 '로드 넘버원'은 전쟁의 비극이 아닌 전투의 스펙터클에 집중한 느낌이 강했지만 해외 전쟁물의 스케일에 익숙해진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작진이 중반 이후 주변 인물의 개인사를 통해 시대의 아픔에 들어가려 했을 때에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미 타방송사의 경쟁 프로그램에 돌아간 뒤였다.

정작 제작진이 집중했던 남녀 주인공 사이의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로맨스에 빠진 인물들의 애절한 눈빛은 시대와 역사 속에 섞이지 못한 채 겉돌았다.

◇ 화려한 스타 캐스팅..이름값 못한 연기 = 소지섭과 김하늘 같은 '톱스타'의 꼬리표를 가진 배우들의 연기 역시 저조한 시청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기 논란의 핵심은 시크하고 현대적인 느낌의 두 배우가 시대극 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지적에 있다. 즉,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미스 캐스팅이라는 것이다.

두 배우는 이 드라마에서 온몸으로 열연했다. 흙투성이가 돼 산과 들을 뛰어다니고 전쟁터 포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연기했지만 이들이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도시적인 매력을 반감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발리에서 생긴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카인과 아벨' 등에서 소지섭은 세련되고 섬세한 이미지로 사랑받았지만, '로드 넘버원'에서 그가 맡은 이장우는 투박하고 저돌적인 느낌이어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김하늘도 '온에어' 등에서 보여줬던 발랄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작진의 연출과 캐릭터 설정이 두 사람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30대를 넘어서 중견 배우로 가고 있는 두 배우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단지 연출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지섭은 1997년 데뷔한 14년차 배우이고, 김하늘은 영화 '바이준'(1998년)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지 13년이 됐다.

두 배우가 이름값을 못한 사이 시청자들의 관심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최민수나 악역으로 변신한 손창민에게 쏠렸다.

◇ 계속된 MBC 수목극의 '굴욕' = '로드 넘버원'의 저조한 시청률은 이 드라마가 드물게 사전제작 방식으로 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뜻밖의 결과다.

'사전제작'은 '웰메이드'의 동의어처럼 인식돼 왔지만 '로드 넘버원'의 실패가 좋지 않은 선례가 된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의 프로듀서는 "사전제작 방식이 방송의 안정적인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측면은 있지만 프로그램의 질이나 더 나은 시청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미리 만드는 것보다는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뚝심있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드 넘버원'의 저조한 시청률은 MBC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가 기대작이었는데도 수목극의 부진 현상을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작년 1월 '돌아온 일지매' 이후 '히어로' '맨땅의 헤딩' '혼' '트리플' '신데렐라 맨'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등 MBC의 수목극들은 주로 10% 아래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여왔다.

'로드 넘버원'의 전작인 '개인의 취향'은 그나마 10%대 초반의 시청률로 선전했지만 '로드 넘버원'으로 수목극의 시청률은 다시 반토막이 났다.

'로드 넘버원'의 후속으로는 인기 일본 만화의 한국판인 '장난스런 키스'가 다음달 1부터 시청자들을 만난다.

'샴푸의 요정' '궁' 등을 히트시켰던 황인뢰 PD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고은님 작가, '꽃보다 남자'의 제작사 그룹에이트가 뭉쳤으며 김현중이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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