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땜질식 처방' 또다른 추가대책 부른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DTI완화 처방 지지부진정부 부처간 합의는 난망국민위한 '정책의 묘' 기대
이르면 이달 말 정부가 '4ㆍ23 대책'을 보완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한 것은 살던 집이 안 팔려 이사를 못한 가구가 올 상반기에만 4만1000가구에 달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국민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위협할 정도로 꽁꽁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 7월 국토해양부에 신고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8404건으로, 지난 4년간 동월 평균 대비 60% 급감하는 등 주택 거래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위축되면서 정상적인 시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식으로 여야 정치권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최근 주택거래 침체는 작년 10월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가 직격탄이 됐다. 작년 10월 2만2598건이던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신고건수는 DTI 강화 한 달 뒤인 11월 1만4848건, 3개월 뒤인 2010년 1월 1만176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DTI 강화로 인해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된 데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기존 주택시장 거래는 완전 끊겼다.
때문에 주택 거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강화했던 DTI 규제를 완화하고,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속도를 조절하는 처방이 급선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내부에서 DTI 규제 완화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 금융당국은 "DTI 규제가 완화돼도 주택 거래가 되살아날지 미지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시장 상황에 맞춰 주택시장을 되살리고 금융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적정선'을 찾는 것이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책의 묘'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하는 국민이 넘쳐나는데도, 금융건전성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주택 거래를 되살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정말 있다면, 이번 대책은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과감하고 복합적인 처방이 담겨야 한다. 새 아파트 입주자에 한해 DTI 규제를 완화해줬던 '4ㆍ23 대책'이 시행된 이후 국민주택기금 대출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보증 실적은 '전무(0건)'했다.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한 대표적인 탁상행정으로 끝났다. 4ㆍ23 대책처럼 조건을 달거나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면, 오히려 거래 침체를 부추겨 '또 다른 대책'만 양산할 수 있다. 정부가 풀 수 있는 보따리가 더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경우, 시장참여자의 '더 기다려 보자'는 관망세에 힘만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집으로 이사 가는 사람만 실수요자로 간주, 거래 시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헌 집(기존 주택)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하면 '실수요'이고, 헌 집을 팔고 지역ㆍ평형을 바꿔 다른 헌 집으로 이사하면 실수요자가 아니란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한 마당에, 1가구 1주택자라도 강남으로 이사 가면 아직도 투기꾼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만 바뀌었지, 공직자의 사고는 '집을 사면서 거주의 목적 이외에 향후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 투기'로 간주한다던 노무현 정부 시절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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