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그림의 대가 '치히로'에 열광하는 일본

2010. 8.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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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문화부 김영태 기자]

아동그림의 대가 , 이라카시 치히로

8월 9일, 나가노현 아즈미노를 방문하여 치히로 미술관과 유리공예 박물관을 관람하였다. 이 작은 고장에 미술관 · 박물관이 17개나 된다고 하니, 가히 예술의 고장이라 부를 만하다.

먼저 방문한 곳은 아즈미노 치히로 미술관. 이라사키 치히로(1918-1974)는 일본의 아동화의 대가로 자리매김한 여성 화가이다. 그는 아동과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을 주로 그렸다. 그의 그림은 교과서 삽화에도 많이 실렸다. 사방이 푸르는 산과 들판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치히로 미술관에는 이곳을 방문한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의 작품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치히로 미술관은 크게 치히로 작품 전시실, 그의 생애를 사진과 자료로 정리한 생애관이 입구쪽에 배치되어있다. 미술체험관을 거쳐 안쪽으로 들어가면 두개의 방으로 나뉘어진 별도의 전시관이 하나 더 있다.

치히로 작품전시실에는 수채화로 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밝은 색조의 작품에 그려진 장면들은작품마다 한편의 동화를 보는 것처럼, 순수한 동심과 어린이들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인상적인 작품들의 제목 몇개만 들어보자면 < 비누방울 부는 소녀 > , < 방송국 놀이 > , < 벽에 기대고 있는 소녀, 그리고 소년 > , < 길 위에서 춤추는 카렌 > , < 성냥팔이 소녀 > , < 봄 > 등이다. 40대 중반의 한국관객인 나는 금세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 미술관에서는 치히로 작품 9,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체험관에는 어린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몇개의 테이블을 가득 메운 채 북적거렸다. 물감의 번짐을 이용해 노랑,빨강, 파랑, 녹색 등 다양한 색상의 그림을 실습하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서 예술이 우리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양 수묵화처럼 '물감의 번짐'을이용한 화법은 치히로의 특성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 치히로 기법을 체험하고 있던 이들은 주로 이 지역 중학생들이었다. 지난해에는 오사카와 동경의 학생들이 치히로미술관을 수학여행으로 다녀갔으며, 일본 여러지역의 중학교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고등학생 이하 학생들에겐 입장료가 무료이다. 한국의 송파도서관과도 교류를 넓혀, 치히로 작품세계가 송파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실려 있었다.

안쪽 두개의 전시실 중 한 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그림작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치히로 미술관에서는 체코의 유명한 아동화 작가 크베카 파초브스카를 비롯해 31개국 작가 196명의 작품 1만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 작가로는 박철민, 신동준, 박성완 등 4명의 작품이소장되어 있다. 보통 200점 가량을 번갈아가며 전시하고 있다.

안쪽의 다른 전시관에는 일본 민화의 대가 아까바쓰에키치(赤羽末吉,1910-1990) 탄생 100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50세의 늦은 나이에 그림동화를 시작한 그는 < 삿갓을 쓴 지장보살 > 이라는 첫 작품 이래 80권의 방대한 작품집을 남겼다.그의 작품 특징은 일본 동북지방의 전래 동화와 민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는 가난의 여자의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종이소재의 선택을 달리하여 일본의 전통 종이인 화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전시실에는 그의 작품 앞에 서서 깊이 빠져든어린 여자아이와 여고생, 중년남자,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의 작품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일본 사람들의 사랑을받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 유리공예의 선구자, 에밀 갈레

치히로 미술관을 둘러본 뒤 '아즈미노 아트힐즈 뮤지엄'으로 향했다. 이곳은 일본 유리공예의 선구자 프랑스인 에밀 갈레(EMILE GALLE,1846-1904) 전시관과 공방이 있는 곳이다. 그는 유리 안에 곤충과 꽃, 동물 이미지를 정교하교 미적으로 표현하여,관객으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하였다. 게와 해초, 잠자리 등은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1년 전쯤 한국에 들어온 외국의 유리공예작품전을 보고서 그 재현능력에 놀랐던 적이 있는데, 그 전에 갈레의 작품을 보았더라던 그 외국작가의 작품의 별 것 아니게 느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이 전시관에서 운영하는 유리공방에는 유리공예의 제작과정을 체험하려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한 여자아이가 호기심어린 눈으로불에서 막 나온 유리덩어리에 형태를 만드느라 파이프를 통해 힘껏 바람을 넣느라 볼이 동그랗게 솟아올랐다. 1인당 3,500엔을 내면10분 가량 작가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블루베리 농장과 와사비 농장

아즈미노에서 블루베리 농장과 와사비 농장 체험을 즐겼다. < 블루베리 아즈미노 농장 > 에서 1,000엔을 주고 먹고싶은 대로 먹고, 조그만 팩 1상자분량을 따서 가져올 수 있었다. 농약을 치지 않은 무공해의검은 블루베리를 직접 손으로 따서 입에 넣는 맛은 일품이었다. 한낮의 햇빛이 따가웠지만, 그 달콤한 맛에 빠져 더운 줄도 일행들과 함께 이 나무 저나무를 옮겨다니며 원시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아즈미노에서는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복숭아와 블루베리, 가을에는 사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아즈미노의 와사비 농장은 연간 12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하며 96년 역사를 자랑한다. 와사비는 겨자로 불리며,뿌리를 갈아서 주로 회를 먹을 때 간장에 쳐서 먹는다. 와사비는 3,000m 높이의 용천수가 지하로 스며들어 흐르는 천연청정수에서 자란다. 와사비 재배는 온도가 중요한데, 13-14도에서 자란다. 보통 씨뿌려서 수확하는데 2년이 걸린다. 이곳에서는 연간 130톤-150톤을 생산한다.시원한 용천수가 흐르는 와사비농장 인근 하천에서, 10여명이 탈 수 있는 고무보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1인용 보트를 즐기는 이도 볼 수 있었다. 이 하천에는 구로사와 아끼라 감독의 영화 < 꿈 > 에 등장하는 물레방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햇볕은 따갑고 날씨는 무더웠지만, 용천수 하천의 시원한 기운을 느낀 뒤와사비를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을 두 번이나 먹으며 잠시 더위를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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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 가본 일본의 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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