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비 원더라 쓰고 '전설'이라 읽는다..1만여팬 열광

강선애 2010. 8. 1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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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우리는 모두 하나다.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소통해야 한다. 남한과 북한도 한가족이 될 수 있다"

괜히 '살아있는 전설'이 아니었다. 온몸을 전율케하는 감동적인 노래와 함께 대중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뭔가를 깨닫게 하려는 사회활동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 스티비 원더(60). 그에겐 '전설'이란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10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XI 스티비 원더 내한공연'이 열렸다. 오후부터 시작된 비는 공연시간이 임박해질수록 더욱 거세졌고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한여름 더위는 불쾌지수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우천과 그로 인한 교통혼잡으로 관객들의 착석이 늦어지면서 당초 오후 8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공연도 30분가량 지연됐다.

하지만 스티비 원더를 기다리는 1만여 관객들의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웠다. 무대조명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하며, 곧 눈 앞에 나타날 스티비 원더에 대한 기대를 마음껏 표현했다.

스티비 원더는 어깨에 리모트 키보드를 매고 두 손으로 '마이 아이즈 돈트 크라이(My Eye's Don't Cry)'를 연주하며 등장했다. 레게머리, 검정 선글라스, 그리고 아프리카를 떠오르게 하는 에스닉한 의상을 입은 스티비 원더가 눈 앞에서 혼신의 키보드 연주를 선보이자 공연장이 떠나갈듯한 함성이 이어졌다.

무릎을 꿇거나 아예 바닥에 누워 연주하면서 자유자재로 키보드를 다루는 스티비 원더는 악보가 없는 즉흥연주로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처음부터 관객에게 검증받았다. "오!" "아!"를 외치며 관객들의 함성을 유도하는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그는 언어가 달라 관객과의 소통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초반부터 불식시키는 베테랑이었다.

지난 1995년 내한공연 이후 15년만에 다시 만난 한국 관객들 앞에서 스티비 원더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리모트 키보드, 신디사이저, 피아노, 하모니카 등 여러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연주했고, 영혼을 울리는 노래로 언제 다시 볼 지 알 수 없는 한국 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공연을 선사했다.

혼성 3인으로 구성된 코러스와 라이브 공연을 책임진 세션들의 실력도 굉장했다. 모두가 스티비 원더와 더불어 '세계 최고'였다. 특히 스티비 원더의 부름에 그와 피아노 의자에 같이 앉아 사랑스러우면서도 코믹한 무대를 연출한 한 여성 코러스는 웬만한 가수를 뛰어넘는 노래 실력으로 '이프 유 리얼리 러브 미(If You Really Love Me)'를 불러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초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레이틀리(Lately)' 였다. 성시경, DJ DOC, 휘성, 브라운 아이드 소울 등 수많은 국내 가수들이 따라 불러 이미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노래인 만큼 반주가 흘러나오자 마자 관객들은 반가운 마음에 환호했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내 스티비 원더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오로지 눈을 빛내며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조금 전까지 뛰고 춤추며 흥겨운 분위기였던 관객들은 스티비 원더가 직접 부르는 '레이틀리'는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는 듯 귀를 열어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연이은 6곡의 공연이 끝나고 스티비 원더가 한국 말로 "감사합니다"라며 정식 첫인사를 건넸다. 이어 엘리샤 키스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의 가사 중 "뉴욕" 이라 외치는 하이라이트 부분을 "코리아"로 바꿔 부르는 센스로 스티비 원더는 관객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가 단지 시각장애를 이겨내고 천재적인 음악실력을 인정받은 가수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전설'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게 아니다. 그의 공연 전체에는 인종, 장애인, 전쟁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평화'를 향한 메시지가 흘렀다. 특히 모든 조명을 끈 깜깜한 어둠 속에서 관객들의 눈과 귀를 극도로 집중시키게 한 후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소통해야 한다. 남한과 북한도 한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스티비 원더는 다시 한 번 그의 위대함을 실감케 했고, 이는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 큰 동감을 얻어냈다.

스티비 원더가 '파트 타임 러버(Part-Time Lover)' '서 듀크(Sir Duke)' '이즌 쉬 러블리(Isn't She Lovely)' '수퍼스티션(Superstition)' '아이 저스트 콜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등 히트곡을 부를 땐 관객석은 펄쩍펄쩍 뛰는 관객들로 물결쳤다. 이런 뜨거운 반응에 힘을 얻은 스티비 원더는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기교로 노래의 맛을 한껏 살려 공연의 묘미를 더했다.

여기에 스티비 원더는 자신의 세 아들을 무대 위로 불러 탬버린을 치거나 춤을 추게 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평소 절친했던 것으로 유명한 故마이클 잭슨의 '더 웨이 유 메이크 미 필(The Way You Make Me)'를 불러 추모의 마음도 전했다. 또한 한국인 합창단과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등장시켜 여기가 한국이라는 의미와 '화합'을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2시간 동안 총 26곡을 부르며 혼신의 공연을 펼친 스티비 원더는 마지막까지 평화와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버락 오바마를 싫어하지 말라"는 재치있는 입담으로 관객을 웃기기도 했다. 또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잊지 않고, "너무 행복했다. 우리가 함께 한 오늘 밤을 잊지 못 할 것"이라며 감격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스티비 원더, 그리고 그의 세션들이 함께 한 흥겨운 무대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스티비 원더는 즉석에서 "사랑합니다"라는 한국말을 배워 이를 노래로 부르며 마지막까지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길-박정아 커플, 2AM, DJ DOC, 전지현, 한예슬, 이하나 등의 연예인 뿐만 아니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등 유명인사들이 자리해 스티비 원더의 대단함을 증명시켰다.

[사진제공=현대카드]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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