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해 "항상 오늘이 첫 공연..행복 전하고 싶다"

2010. 8. 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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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연극 '여보, 고마워' 배우 오정해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2010년 8월 서울 장충동 이해랑예술극장. 찌는 듯한 무더위를 헤치고 나이 지긋한 중년 관객들이 극장으로 모여든다. 공연이 이어지는 2시간 남짓, 이들은 울고 웃으며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에 흠뻑 빠져든다.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을 불러 모으는 연극은 '여보, 고마워'.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에게 궁극적인 안식처가 되어주는 가족을 다룬 작품이다. 만년 고시생에 6년차 전업주부인 철부지 남편 준수와 남편으로 인해 슈퍼맘이 되어버린 아내 미영, 변변한 직업이 없는 아빠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8살 딸 지원이 풀어내는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 미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는 오정해(39). 그는 객석을 적시는 눈물연기로 공연을 시작한 이후 연일 화제가 돼왔다. 하루종일 요란한 소나기가 몇차례 지나가던 지난 6일, 극장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던 그를 만났다.  ▲두 번 생각도 하지 않은 작품'여보, 고마워'는 엄마 이후 가족으로 옮겨간 대중적 모티브를 성공적으로 풀어내며 2008년 초연된 이후 줄곧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연극계의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앙코르 공연 때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오정해는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묻자 "고혜정 작가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고 작가의 작품이란 얘기에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출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공연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첫 마음으로 이어갔던 유일한 작품이다"라고 평가하는 그는 고 작가의 이번 극을 통해 객석에 있는 관객과 동일시되는 소중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여보, 고마워'는 뮤지컬 '친정엄마'로 관객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줬던 고 작가의 또 다른 가족이야기다. 올봄 오정해는 '친정엄마'에도 출연해 헌신적인 엄마의 사랑을 절절히 느끼는 딸 역으로 분해 모녀 관객들의 가슴을 적시기도 했다.  ▲객석을 울리려 작정한 적 없다화제가 되고 있는 극중 눈물연기에 대해 묻자 "객석을 울리려는 연기를 의도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항상 오늘이 첫 공연인 것처럼 시작하는 것뿐이라며 작정했다면 오히려 연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거란다. "내가 먼저 만족하고 행복해야 관객을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는 공연 전 그저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고 했다. "공연 중 관객과 일대일로 시선 맞추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작품의 파트너인 박준규 씨에게서 형식에 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한다. 남편 준수 역을 맡은 박준규는 지난해 공연 때도 오정해의 파트너였다. "지난해에는 선배라고 불렀는데 올해는 오빠라는 호칭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친숙해졌다."  ▲'하늘천 따지'부터 '여보, 고마워'까지1992년 출연했던 연극 '하늘천 따지'가 그의 첫 작품이다. 미스 춘향에 당선되고 나서 처음 대학로 무대에 섰다. 영화 '서편제'(1993)에도 출연하기 전이다. 임권택 감독에게 캐스팅된 것도 이 작품에서다. 오정해를 소리꾼만으로 보는 시선이 무색할 만큼 그는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었다. 뮤지컬 '쇼 코미디'(1997)에선 남경주·최정원·전수경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출연해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고, 이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2000), 악극 '아버님 전상서'(2000)를 거쳐 얼마 전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2009)까지 두루 거쳤다. 비교적 성공적인 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같이 출연했던 배우들의 덕을 본 셈"이라고 겸손해한다.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기보다 잘하려고 하는 욕심"이 문제가 된다며 객석의 관객이 적으면 오히려 그들의 눈이 무서워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했다.  ▲서편제, 연기 생활에 굴레 아니다오정해가 연극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대 위에 서면 온전히 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공연을 위해 극장에 오는 것이 마치 휴가 오는 것 같다고도 했다. 어릴 적 꿈도 연기자였다는 그는 연기보단 소리로 유명세를 탔다. 고전무용을 시작한 것이 그가 한국적인 것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다. 고향인 목포에서 마침 다니던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고전무용을 계속 배울만한 곳을 찾다가 판소리·가야금을 가르쳐 주던 곳으로 옮겨갔고, 이후 전주대사습놀이에 입상한 것이 그가 '소리'를 업으로 삼게 된 결정적 동기가 됐다. 나이 스물둘에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서편제가 부담이 되기도 했을 터다. 행여 질곡이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싫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한다. "누가 뭐라 하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젠 서편제 근처에도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서편제의 뮤지컬 버전이 만들어져 이제 곧 막을 올린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그 무대에서 다시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소리는 일상이다서편제로 판소리의 대중화에 공로를 세운 오정해의 현대극 출연을 어색해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소리는 일상이어서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단다. "옷 입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되고 있는 일을 어찌 쉰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현재 국악방송에서 라디오 진행을 하고 있고, 내년 뉴욕에서 열릴 개인 콘서트 계획도 알려준다. "공연이 성공하면 국내에 역수입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리를 구걸하고 싶지는 않다."  ▲DJ 1주기 추모행사서 그리움 전할 터다가올 17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다. 그날 열리는 추모행사에서 오정해는 배우 문성근과 함께 사회를 맡는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김 전 대통령과 오정해의 인연은 각별하다. 1997년 자신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주셨던 김 전 대통령을 위해 그는 김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자리에서 망가를 부르며 비통함을 전했다. "서편제 때 회식자리에서 처음 뵈었다. 국악인 가운데 오정해라는 인물이 또 나오기는 어렵다. 운 좋게 얻은 그 자리를 함부로 하지 말고 항상 공부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했다.  ▲뒤통수치는 연기를 하고 싶다"오늘 연극을 잘하고 싶다"는 오정해는 '여보, 고마워' 이후 드라마와 연극 두 편의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 "뒤통수치는 연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소리를 덤으로 얻은 연기를 한다는 얘긴 안 들어야겠다는 각오는 처음부터 했었다. "외모 배경 실력도 빠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고, 여기서 최선은 '곧 죽을 것 같다' 정도는 돼야 할 것"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하루살이처럼 매일을 살아내면서 '그래도 실망스럽지는 않다'는 평가를 가장 듣고 싶다"고 말한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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