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마카오, 상반된 즐거움을 한번에 맛본다



'10ㆍJㆍQㆍK'. 스페이드 카드 넉 장이 깔려 있다.
그리고 뒤집힌 마지막 카드. 블러핑(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강한 베팅을 하는 것)일까 아닐까.
도신(賭神)조차 예측할 수 없는 마지막 히든 카드. 그게 마카오다.
마카오는 예측 불허다. 뒤집힐 히든 카드가 '스페이드 A'라면 매년 7조원 이상이 몰리는 인생 역전 '잭팟'의 마카오다.
전혀 엉뚱한 카드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게 숨겨진 이면의 마카오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25개 문화 유산. 그것도 모자라 이 유산을 한 번에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행운의 도시다.
선택은 독자의 손에 달려 있다. 카드를 뒤집으시라. 어떤 마카오가 나왔는가.
마카오는 완전히 다른 두 얼굴의 도시다. 밤의 마카오와 낮의 마카오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마카오는 오해로 시작해 오해로 끝난다. 현란한 네온사인에 번쩍이는 밤의 마카오만 떠올리면 반쪽짜리 마카오 여행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낮의 마카오는 180도 다르다. 상상을 뛰어넘는 문화의 도시다. 25개나 되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고도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모든 걸 둘러보는 데 한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
◆ 한달음에 끝내는 시티 투어
= 마카오는 앙증맞다. 타이파섬을 합쳐봐야 27.3㎢ 정도. 여의도 세 배가 조금 넘는 크기다.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둘러보는 워킹 투어도 가능하다. 그러니 마카오 여행엔 딱히 출발지가 없다. 마음 닿는 곳 발길 닿는 곳이 유적지요, 또 명소다.
중심은 세나도 광장이다. 세나도는 포르투갈 말로 의회다. 당연히 오랜 기간 정치ㆍ문화ㆍ사회ㆍ경제 중심지였고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밝은 크림색과 검은색 타일이 물결치듯 장식된 모자이크 문양 바닥이 압권이다.
이 길은 도미니크 성당을 지나 세인트폴 대성당 유적까지 이어진다. 주 도로인 센트럴애비뉴(신마로거리)에도 모자이크 도로로 현란하게 포장돼 있다. 광장 주변은 유럽의 한 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분위기다.
유럽 양식 건축물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고 한 편에는 축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광장이 제 빛을 찾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밤이다. 조명이 어우러져야 제맛이 난다. 물론 인근 상점들은 일찍 영업을 끝낸다. 분위기 찾다간 쫄쫄 굶는 다소 황당한 일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광장 보도를 따라 10분가량 가면 성 바오로 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탈리아 예수회 신부들이 설계한 것을 토대로 종교박해를 피해 나가사키에서 건너온 일본인들이 1637년에 완공했다는 그 성당이다. 1835년 덮친 화마로 지금은 정문과 계단 일부, 외벽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성 바오로 성당 왼편에는 몬테 요새가 있다. 마카오 반도 정중앙에 위치한 요새는 1622년 네덜란드에 맞서 싸웠던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엔 그 유명한 마카오 박물관이 있다. 동양과 서양 문화가 절묘하게 섞인 마카오 역사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마카오 시내를 보며 233m짜리 번지
= 좁은 마카오엔 좁지 않은 광장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중 명물이 릴라우 광장이다.
포르투갈어로 릴라우(Lilau)는 '산에서 나는 온천'이라는 의미다. 주요 수원이었던 만큼 마카오인들에겐 모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릴라우 광장 주변을 둘러싼 이국적인 건물은 유럽의 아기자기한 마을 하나를 그대로 공수해 놓은 느낌을 준다.
카모에스 정원도 유명하다. 종로 파고다 공원 정도를 떠올리면 된다.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둔다거나 '소림 영화'에나 나올 법한 태극권 같은 기공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정원 끝자락엔 김대건 신부 동상이 한글 설명과 함께 1997년부터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을 경유해 장장 8개월여를 걸어 마카오로 들어갔다고 전해지는 김대건 신부. 지금도 마카오 곳곳에서는 그를 '성 안드레아'라는 이름으로 추앙하고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그립다면 드라마 '궁' 촬영지로 유명한 콜로안 빌리지가 제격이다. 성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성당은 극 중 세자 신이 채경에게 프러포즈했던 곳. 이곳 프러포즈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알려진다. 입 속에서 살살 녹는 마카오 명물 '에그 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물고 연인과 함께한다면 실패는 없다.
아찔한 마카오를 느껴보고 싶다면 마카오 타워로 달려가자. 높이는 무려 238m. 세계에서 열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다. 외형은 남산타워와 비슷해도 느낌은 다르다. 58층 전망대는 바닥을 두꺼운 특수 유리로 만들어 마치 허공을 걷는 듯한 아찔함을 준다.
하기는 싫어도 권하고 싶은 것 한 가지. 바로 233m로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번지점프다. 이거 놀랍다. 마카오 시내를 한눈에 보며 중력가속도로 떨어지는 맛 궁금하지 않은가. 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타워 바깥에 설치된 외길 난간을 걷는 스카이 워크도 스릴 만점이다. 물론 기자는 천금을 줘도 사절이다.
▶마카오 가는 길
에어마카오(www.airmacau.co.kr)에서 인천~마카오 직항편을 매일 운행한다. 비행시간은 3시간30분. 인천발 마카오행은 아침 8시, 마카오발 인천행은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 10분에 출발한다.
페리(www.turbojet.com.hk)를 이용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홍콩 국제공항에서 1시간이면 마카오에 닿는다. 홍콩공항에서 출발하는 터보제트 시익스페레스(www.turbojetseaexpress.com)를 이용하면 별도로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마카오는 어떤 나라
마카오는 440년간 포르투갈령이었다가 1999년 12월 중국에 반환돼 지금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특별행정구'로 불린다. 인구 95%가 중국인이다. 관광 목적일 때는 무비자(3개월간)다.
마카오 공식화폐는 파타카(마카오달러). 환율이 거의 비슷한(1대1.03) 홍콩달러가 더 많이 쓰인다.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 고온다습한 기후다. 4월 중순이 해수욕 시즌이다.
▶마카오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마카오에 유럽 문화가 많은 이유가 있다. 마카오는 사실 포르투갈이 남중국해의 해적들을 소탕해 준 것에 대한 대가로 중국이 포르투갈에 선물한 땅이다. 이후 약 400년간 포르투갈령이었던 곳. 그 덕에 중국과 유럽 문화가 녹아 있다. 바닥에 깔린 모자이크 무늬 역시 '칼사다(Calcada)'라는 포르투갈식 디자인이다.
마카오에서 꼭 사야 할 것은 쿠키. 70년 전통의 조향원 쿠키나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리스보아의 러키 쿠키가 유명하다.
※ 취재 협조=GKL(grandkorea.com) 마카오 정부관광청(macao.or.kr)
[마카오 = 신익수 여행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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