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α' 여전히 논란중..결론 안나면 또 갈등 증폭
과연 '행정도시'로 끝날까"기업 투자 이행을" "예산 블랙홀 안돼" 팽팽靑 "과학벨트는 가능할 것"… 기류변화 주목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지난달 29일, 우여곡절 끝에 원점으로 돌아온 세종시 문제는 논란의 1라운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뜨거운 격론 속에 엔진이 꺼졌던 건설 장비들도 차츰 다시 시동을 거는 추세다. 이전 부처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일단 청사 공사는 다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파트를 짓겠다며 땅을 분양받은 건설사들은 여전히 손을 놓은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사업 전망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논란의 2라운드도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상황이다. 수정안의 국회 부결로 원안 추진이 확정됐지만 '원안 플러스 알파(+α)'로 불리는 돌연변이는 언제 다시 튀어나올지 모른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한 달, 이 사업은 어디까지 왔으며, 향후 어디로 갈 것인가.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뒤 청사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공사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가운데 '원안 플러스 알파(+α)' 논란이 새로운 '복병'이 될지 우려되고 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
◆다시 기지개 펴는 현장
현재 1단계 1구역은 수정안 부결 후 공사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원안에서 1단계 1구역에 들어서기로 했던 국무총리실 청사는 약 2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부 등 경제부처가 입주할 1단계 2구역은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불거지면서 1년 이상 사업이 중단돼 공터로 남아 있었다. 다른 부처의 이전 부지도 기반공사는 마친 상태다.
28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세종시 건설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 22조5000억원 가운데 6월 말 현재 이 중 27.71%가 집행됐다. 광역도로 건설이나 공공 건축 등 기반시설에 1조원을 투입하고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설치 등에 5조700억원을 썼다. 교통망이나 공공시설물 등 기반시설 이외의 공사는 아직 미진하다.
애초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됐다면 올 하반기에 첫 마을의 입주가 시작돼야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세종시 성격 변경 등 논란이 일면서 공사가 지연돼 사실상 연내 입주는 불가능한 상태다. 아파트 공급을 위해 세종시 주변에 땅을 사 둔 건설사들은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에도 계속 손을 놓고 있다. 세종시에는 원래 예정지구 16만가구와 주변지역 4만가구 등 총 20만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계획이었으며, 이 땅을 분양받은 건설사는 모두 12곳이다. 이 가운데 풍성주택과 쌍용건설은 지난해 중도금 미납으로 계약을 해지당했고, 롯데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 등 나머지 10개사도 1∼2차 중도금 이후 분양대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모든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지만 정부 청사만큼은 사업 속도를 내 목표대로 2014년까지 입주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단계 2구역 공사는 설계도 검토작업을 거쳐 내달 중순에 있을 변경 고시 이전에라도 발주할 계획이며, 2·3단계 구역 청사 공사 역시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방식으로 발주해 2단계 구역은 2013년 11월까지, 3단계 구역은 2014년 10월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원안+α' 과연 있을까
그러나 정부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세종시 수정안을 전제로 추진됐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기업 유치 계획 등이 수정안 부결 이후에도 계속 '플러스 알파' 논쟁으로 이어져 아직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와 기업 투자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줄기차게 내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의 플러스 알파 부분을 두고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기업 투자와 예산 투입을 분산해야지, '블랙홀'처럼 세종시로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은 지나친 혜택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도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만큼 수정안에 담겼던 계획은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시의 기업체 유치 등을 위한 플러스 알파 논란이 일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세제 지원을 하려면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국토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엔 정부 입장에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플러스 알파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 최근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4일 라디오방송에서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세종시 유치가 무산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을 당시 충청권에 내려와서 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더라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세종시에 유치될 것이라는 견해라는 점에서 주목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세종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체성 논란에 빠져 안갯속을 헤맬 가능성이 커보인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입장이 난처해진 기업들을 두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모시기 경쟁'을 벌이는 점을 감안하면 세종시 논란의 갈등구조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행정중심 기능의 도시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지만, 이로 인해 플러스 알파 논쟁이 불거지면서 세종시의 운명은 2라운드를 맞게 됐다"며 "자족 기능을 보완하면서도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하는 쪽으로 정리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면 향후 플러스 알파 갈등은 앞선 수정안 논란만큼이나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35개 기관 세종시 이전계획 |
||
단 계 |
이전시기 |
이전대상기관 |
1 |
2012년 |
(1단계 1구역)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 |
(1단계 2구역)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복권위원회,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
||
2 |
2013년 |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해외문화홍보원, 경제자유구역기획단, 지역특화발전특구기획단, 무역위원회, 전기위원회, 광업등록사무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보훈심사위원회 |
3 |
2014년 |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소방방재청, 한국정책방송원, 우정사업본부 |
자료:행정안전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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