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 수도권 재개발 시장도 꺾었다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재개발지역의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 20~30년된 노후된 주택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 경향신문 포토DB >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 발표까지 무기한 연장되면서 재개발 시장에도 찬바람이 거세다. 특히 최근 성남 재개발 사업 포기 등으로 재개발 시장에 파장이 크다.
재개발은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해 투자자들에게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따라서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재개발 지분 값도 맥을 못추고 있다.
투자 수요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던 한강변 전략정비구역 및 유도정비구역 등 일대도 거래가 실종되면서 올 초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특히 한강변 일대는 한강변 초고층 개발 등의 호재로 가격이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매수자들이 더욱 움츠린 상태다.
지난해 1월 성수, 합정, 이촌, 압구정, 여의도를 전략정비구역으로 그리고 망원, 당산, 반포, 잠실, 구의·자양을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1월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성수지구는 최초로 정비계획안이 수립되면서 투자 수요가 특히 많았다. 성수지구는 올 초 소형(23㎡) 빌라 기준, 지분 값이 비싸게는 3.3㎡당 9000만원을 훨씬 웃도는 매물도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3.3㎡당 8000만원 수준의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안된다. 성수지구는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과 규제완화책 기대감, 그리고 서울숲 등 입지적 메리트 등이 겹치면서 가격이 한꺼번에 크게 떨어지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빠지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성수지구가 최초로 정비계획안이 수립되어 투자수요가 단기간에 몰려 호가가 크게 올랐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금리까지 오른데다 정부가 대책까지 연기하는 통에 집주인들이 급매물로 내놓으면서 가격이 조금 빠졌다"고 말한다.
구의·자양을 유도정비구역 역시 가격이 떨어졌다. 자양2동 소형(23㎡) 빌라 기준 올 초에는 3.3㎡당 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3㎡당 3600만원 수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자양2동의 경우에는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이미 지분쪼개기를 위해 신축이 많이 이뤄져 있어 투자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한 몫을 했다.
최근 2~3년 동안 재개발 투자 수요가 많이 몰렸던 지역 중 한 곳인 용산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용산 한남재정비촉진지구는 작년 연말이나 올 초 3.3㎡당 6500만~6800만원은 주어야 소형 빌라를 매입할 수 있었다. 현재는 3.3㎡당 55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강조망권으로 신규 분양시장에서 꾸준히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동작구 흑석동 일대도 지분 가격 하락은 면치 못했다. 흑석 재개발 중에서도 한강과 접해 있어 투자 수요들이 많이 선호하는 7구역도 거래가 실종되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소형 빌라 기준 올 초 만해도 3.3㎡당 4800만~5500만원까지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3.3㎡당 4000만~5000만원 수준.
한강변에 위치해 입지적 장점을 갖춘 마포구 상수1구역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출이 낀 매물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고 있기는 하다"면서 "하지만 이 일대는 워낙 입지가 좋아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경기도 재개발은 서울지역보다 거래가 더욱 없다. 광명재정비촉진지구는 서울 구로구와 바로 접해 있어 서울생활권이라는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세는 저렴한 편이다. 사업진행이 빠름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영향 탓에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소형 빌라의 경우 작년 연말만 해도 3.3㎡ 18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3.3㎡당 1500만원까지 떨어졌다.
광명2동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급매물은 정말 많은데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거래 성사가 어렵다"고 말한다.
부천 소사뉴타운은 새 소형 빌라 기준 작년 연말이나 올 초에 3.3㎡당 1700만원 수준에서 3.3㎡당 15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재개발은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사업 기간이 길어 성남재개발처럼 사업 진행 중 중단되는 등 위험성이 큰 상품"이라며 "따라서 재개발은 여윳돈으로 장기간 묶어 놓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 경향닷컴 장원수 기자 jang7445@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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