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드라마' 꿈 접고 막 내린 '민들레 가족'

2010. 7. 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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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따뜻한 홈드라마 김정수 작가

'수삼'에 밀려 '막장' 요소 더해

문화방송 주말극 <민들레 가족>이 25일 50회로 막을 내렸다. 1월 말 드라마가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방송의 경쟁작 <수상한 삼형제>는 '막장 드라마' 특유의 막강한 흡인력을 보이고 있었다. <민들레 가족> 첫 방송의 시청률은 7.9%(티엔엠에스)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그 뒤로 <수상한 삼형제>의 기세에 눌려 5%까지 떨어져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6월 <수상한 삼형제>가 종영하고서야 두자리 시청률로 가까스로 올라갔다.

올해 최고 히트작이었던 <수상한 삼형제>와 맞붙은 <민들레 가족>은 처음부터 따뜻한 홈드라마의 복원을 선언했다. <그대 그리고 나>(1997~1998년), <그 여자네 집>(2001년), <흐르는 강물처럼>(2003년), <행복한 여자>(2007년), <행복합니다>(2008년) 등 김정수 작가는 무리하고 자극적인 소재나 설정 없이도 작품성으로 승부하고 좋은 성적을 거둬온 중진 작가다. 가족 드라마의 대명사인 문화방송 <전원일기>를 10년 이상 끌어온 이력을 봐도 김 작가의 힘을 알 수 있다. <민들레 가족> 방송을 앞두고도 김 작가는 "드라마가 작품이 아니고 상품이 된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전 '꼰대' 기질이 있어 뭔가 의미를 찾으려 한다. 모두가 공짜로 보는 티브이 드라마는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 영화와 다르다. 잔혹하거나 이상한 내용은 작가 스스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세 딸을 둔 가정의 아버지가 실직 뒤 겪는 애환을 그렸다. 초반엔 각기 개성을 지닌 딸들의 일과 사랑, 결혼 이야기를 곁들여 이 시대 한국의 가족들이 겪는 아픔과 상처가 어떻게 가정 안에서 치유되고 회복되어 가는지를 담담히 때론 격정적으로 그려나갔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상식을 뛰어넘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쏠린 눈길을 차분하면서 의미있는 이야기로 끌어오기는 쉽지 않았다. 뻔한 소재와 구성, 재미가 부족한 이야기로 <민들레 가족>은 참패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남편 뒷바라지에 딸 셋 키우느라 손에 물 마를 날 없는 어머니,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 등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곱게 잘 자라 부잣집에 시집간 첫째딸, 말썽만 부리다 가출해 아이 낳고 동거하는 둘째딸 등 인물 성격도 참신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수상한 삼형제>와 경쟁하며 <민들레 가족> 역시 중반 이후부터 강한 조미료를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옛 연인과 배다른 자식의 출현, 의부증과 가출, 기억상실 등이 줄줄이 치고 나오면서 "의미를 찾겠다"던 김 작가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고, 따뜻하고 착한 가족드라마를 바랐던 시청자들은 안타까움 속에 드라마를 떠나보냈다. 모든 갈등이 봉합된 마지막 회는 시청률 12.7%(에이지비닐슨)를 기록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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