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실적 외치던 대기업, MB발언에 초긴장
-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서 대기업 사회적 역할 연일 강조
- '서민 정권' 실천 의지 표현..재보궐 선거용이란 해석도
- 대기업들 초긴장..일부 기업 자체 점검 실시
[이데일리 이승형 윤종성 기자] MB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날로 높여 가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나서서 연일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도높게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대기업들의 현금보유량이 과다하다며 투자환경 점검을 지시했다. 대형 금융기관의 고금리 대출을 강하게 질타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이 지난 주말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대기업 현금보유량이 많다. 투자를 안하니까 서민들이 힘들다"며 대기업의 투자환경 점검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 서민 정권'을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데 반해,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오히려 뒷걸음치자 '기업간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는 28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민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 대변인은 불공정거래 조사 등 최근 대기업을 겨냥한 잇단 정책들에 대해 "대기업을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거래환경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캐피탈사의 고금리 대출구조에 대한 실태점검과 함께 미소금융 활성화 방안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중소기업이나 약자도 자생할 수 있는 독자적인 생존력이 필요하다. 미소금융은 고기잡는 그물"이라고 강조하며 연내 미소금융 지점 100개 개설 계획을 보고받은 후 200개 이상 늘리도록 지시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 현장 점검에 나선 지난 22일에는 "대기업 계열 캐피털사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강한 어조로 질타한 바 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대기업에 대한 공세는 '서민경제 살리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조직개편 이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특히 7ㆍ28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민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정계 관계자는 "집권 초기부터 입으로는 서민 정책을 외치면서 정작 실질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운찬 국무총리는 최근 "대통령이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며 "이번에는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총리 본인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후부터 연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불공정 관행 근절을 강력히 주문하는가 하면 중소기업 실태 점검 및 개선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제기되고 있는 '레임덕'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대기업들은 잔뜩 긴장하며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의 임원은 "지난 수년간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에 주력해왔지만 요즘처럼 꼼꼼하게 챙겨본 적이 없다"면서 "대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요구의 강도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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