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이외 주택거래활성화 카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문제가 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금융 측면의 대책이라면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카드는 세제 등 정책적 지원이다.
세제혜택 가운데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올해 말로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한 유예조치를 연장하는 것이다. 현재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35%)을 적용받는데 유예조치가 끝나는 내년부터는 2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익의 50%, 3주택 이상자는 60%를 내야 한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20일 "양도세 중과 유예가 연장돼도 부동산시장 자체가 침체돼 있어 활성화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에 중과제가 시행되면 시장이 추가로 악화된다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최선의 대안은 아니지만 양도세 중과 유예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차제에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는 세금을 중과하는 것이 법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난해 폐지안을 내놨다가 국회 반대로 물 건너갔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DTI 같은 대출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면 세제혜택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일반과세로 전환하는 차원에서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부자 감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완전한 폐지보다는 향후 2년간 추가 연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다음달 초 공청회를 거쳐 세제개편안에 담길 예정이다.
내년 4월 말까지 지방 미분양주택에 적용되고 있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수도권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 하향세로 인해 양도차익을 크게 내기 어려운 만큼 양도세 세제혜택이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행정안전부 소관인 부동산 취득ㆍ등록세 50% 감면이 연말 종료 후 내년까지 연장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집을 여러 채 구입할 여력이 있는 가진 자에 대한 혜택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제 외에도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 기회를 넓힌다는 측면이 있지만 민간주택 거래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주택시장 침체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공급물량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면 공급기간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재지정 역시 고려 대상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3구는 최근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과 비교해 낮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투기지역 지정기준에서 벗어났다며 재지정을 통해 거래활성화를 지적하고 있다.
이 밖에 분양가상한제 완화나 폐지도 검토되고 있다. 민간 공급을 활성화해 거래 부양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최근 주택거래 침체는 여러 요인이 중첩돼 나타난 현상"이라며 "대출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공물량 공급계획 수정 등 거래활성화를 위한 대책들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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